김초엽 작가의 장편소설이라는 홍보 문구에 망설임없이 고른 책이다.
아이패드로 <밀리의 서재>를 이용 중인데 ‘밀리 오리지널’ 이라는 것도 처음 봤다.
마치 ‘넷플릭스오리지널’ 처럼 작가들과 계약을 맺고 먼저 공개하는 걸까?
여느 때처럼 책소개 페이지를 캡쳐하려고 책검색을 해보았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는 한다.

포탈에서는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판매처가 없다보니,
예스24나 알라딘 등 서점사에서 책제목을 치면 검색결과가 없다고 나온다.
요즘 오디오북도 매우 인기라고 하던데
과연 ‘밀리 오리지널’이 작가나 독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끼칠지, 잘 자리잡을지 궁금해진다.
책 내용으로 돌아와 본다면,
작가는 ‘있을법한 상상’의 미래를 구현해 내는 데 정말 탁월하다.
한때 미쳐있었던 <닥터후>드라마에 등장하는 나노봇도 떠오르고 (마미~ 가 공포스럽게 들렸던 바로 그 에피소드),
정말 4시간 정도를 꼼짝없이 앉아서, 몰입해서 빠져 읽은 소설이다.
어딘가에서 통제 불가능한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을거란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데
딱 그 지점을 잘 짚어내서 소설로 만들어낸 것 같다.
최근도 아니지만 드론이 일상화된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피하기도 어렵게, 내 머리 위에서 살상용이든, 다른 의도로 개발됐든
드론으로 인해 다치게 될까봐 겁부터 내는 나같은 쫄보는 상상하면서도 두렵다.
다소 공포감을 느끼며, 푹 빠져서 읽었다.
오랜만에 장편 소설에 이렇게 푹 빠져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에 실린 단편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이 장편소설도 충분히 영화화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스트 폴이 터지기 전에. 그때는 사람들이 인간형 로봇을 자주 썼다. 지금은 인간을 닮지 않도록 만드는 게 규율이 되었지. 더스트 시대에 인간형 로봇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으니까. 일종의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거야.
‘집단적 트라우마’로 인간을 닮지 않게 로봇을 만드는 미래 사람들.
꼭 트라우마를 겪을 만큼 당해봐야 경계할 줄 아는 걸까.
이타적인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극한적 상황에서라면, 나라도 나부터도 가족이나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가진 기술을, 자원을 사용할 것 같다.
마음 따뜻해지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구체화하면 할 수록
하루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워졌다.
식물은 아주 잘 짜인 기계 같단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문장 같기도 하다.
나오미는 온실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평하는 사람들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희망이라는 것의 본질이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상승할 때는 의미가 있지만, 다 같이 처박히고 있을 때는, 그저 마음의 낭비인 것이다.
희망이라는게 뭘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마음의 낭비가 되기도 하는 것이 희망인 것 같다.
그래도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다같이 처박히는’ 상황은 아니니까 (아닌 것 맞겠지?)
선천적으로 낙관적 기대를 잘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닮아가려고 애쓰기도 한다.
실컷 소설을 읽고 나서 깨달은 점이라고 하기엔 우스울 수도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이 관건이며, 플러스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받아들여지려면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게 꼭 ‘더스트 폴’ 상황에서만은 아니니까.
작년부터 거의 모든 책을 이북으로 읽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이 책 재밌어요~’ 하며 권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종이책은 손에 쥐어주면 땡이니까)
이제 심지어 ‘밀리 오리지널’ 이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설명가지 해야하다니 좀 안타깝기도 하다.
구독 서비스니까 구독자를 더 끌여들이려면 필요한 전략이었겠지?
김초엽 작가의 다음 작품들이 계속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