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삶’을 읽었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소설 ‘작별인사’ 이후로 오래간만이었다.
신간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사실 기다렸다.

어찌보면 그의 소설들보다는
그의 에세이 또는 여러 방송에서 접한 그의 말들이 더 인상 깊게 남는 경우가 많아서
기대가 아주 컸다.

물론 소설도 한번 잡으면 술술 읽히고 푹 빠져서 읽게 되지만,
방송이나 유튜브로 접하는 여러 작가들 중에
그처럼 마음에 쏙 드는 말들을 많이 남긴 다른 작가는 없기에
이번 에세이에 대한 기대가 유달리 컸다.

싱가포르에 거주한 후로 거의 이북만 읽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이북이 출시되기를 기다렸다가,
둘이 하는 독서모임의 친구에게
6월의 책은 이 책으로 하자고 내가 추천했다.

‘단 한번의 삶’ 책검색 결과

교보문고에서 이북으로 구매하고 한 챕터씩 아껴서 읽었다.

아이가 없는 기혼의 삶을 선택한 작가에게
어쩌면 공감대를 더 많이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시작 부분부터 부모님과 사별하게 된 중년의 삶에서 온 무게감이 느껴졌다.
1968년생인 작가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언젠가 나도 느끼게 되겠지.

부모님에 대한 회상 또는 그들의 삶의 일화들,
가계 안에서나 전달된 소소한 에피소드들.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들려줄 아이가 없는 삶에서 오는
쓸쓸함 또는 편안함이 느껴진건 나의 확대해석이겠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번 읽었을 때는 아 너무 짧다, 좀 아깝다 하는 잔인한 평가를 내렸다가
그래도 내가 골라서 독서모임에 추천한 책이니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보니까
문장들이 더 많이 떠오르고 아끼게 된다.

아마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는다면
더더욱 공감할 내용이 많아지겠지.
훗날 또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래는 밑줄 그은 문장들 중 일부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인간은 보통 한 해에 할 수 없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새해에 세운 그 거창한 계획들을 완수하기에 열두 달은 너무 짧다. 그러나 십 년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띄엄띄엄 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무엇이든 잘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곡선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속적 성공과 도덕적 파탄이 함께 올 수 있으며 사랑과 꿈이 엇갈릴 수 있다. 어쩌면 한두 개의 선으로 나타낼 수 없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곡선은 어떤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그 선들을 만든 함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떤 충동과 어떤 운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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