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를 읽었다.

처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호모 데우스>에서 ‘데이터교’의 위험을 생각하며 소름끼쳤고,
얼마 전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무려 2018년이어서 놀랍다.

그 사이 너무 많은 것이 빠르게 달라져버렸다.

유발 하라리, 넥서스 책검색 결과

<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역사>
이 책이 출간됐을 때 이북이 나오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목록에 넣어두기만 했는데
뜻밖의 선물로 25년 1월에 종이책을 받아서 읽게 됐다.
두껍기도 두껍고 (하지만 마지막 20퍼센트 정도는 참고문헌 목록이다),
그동안 내 집중력이 얼마만큼 약해져있었는지를 깨달으며 보름 정도에 걸쳐서 읽었다.

1부는 네트워크의 역사라고 보면 된다.
표지를 차지하고 있는 비둘기도,
잘 모르고 있었던 스탈린의 죽음까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없을 때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들을 수 없을 때에도 죽는다. 211ㅉ

편향된 정보만 취득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주변을 둘러쌓고,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점점 ‘노답’이라고 여기게 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그게 쉽고 그게 편하니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그걸 내 선택이라고 믿으면서 하루를 보내기 쉬운데
종이책을 꾹 참고 읽으면서 ‘생각’이라는 걸 좀 한 것 같다.

2부부터는 마음이 좀 더 무거워지고 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 염려하면서 읽게 된다.

경제학자 마르코 쾨텐뷔르거의 말에 따르면 “물리적 존재에 기반하는 넥서스의 정의는 해당 국가에서의 디지털 존재를 포함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즉 구글과 바이트댄스가 우루과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우루과이 사람들이 그 기업들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우루과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셸과 BP가 석유를 채굴하는 국가들에 세금을 내듯이, 거대 기술 기업들도 데이터를 채굴하는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 323ㅉ

무료로 누리는 서비스들은 결국 내 데이터를 팔고 있는 것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도 머리가 띵 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광산’, ‘채굴’이라는 단어를 보니 더 와닿았다.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이고, 건강한 사회질서는 우리의 미덕을 함양하면서도 부정적인 경향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우리를 단순히 관심을 채굴하는 광산으로 본다. 그 알고리즘들은 인간의 다면적인 감정(증오, 애정, 분노, 기쁨, 혼란 등)을 단 하나의 포괄적인 범주인 ‘참여도’로 환원했다. 378ㅉ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하트 수로 모든 가치가 환원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일단 유명해지기만 하면(팔로워 수만 많아지면) 굳이 화폐를 거치지 않아도 재화든 서비스든 얻어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신의 무엇이든지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있는 세상이다.

개인이 뭘 할 수 있을까 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한 사회만의 문제도 아닌데 ‘민주적으로 사람이 선출한’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인간 사이에서 협력의 전제 조건은 비슷함이 아니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화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우리를 단합하게 해줄 어떤 공통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를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만들었다. 536ㅉ

‘대화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스스로의 판단 능력을 간직하는 한 희망은 있다.

인류 문명이 분쟁으로 소멸한다면 그것은 어떤 자연법칙이나 낯선 기술 탓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노력할 경우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은 순진한 것이 아니라 현실주의다. 모든 오래된 것은 한때 새로운 것이었다. 역사의 유일한 상수는 변화다. 548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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