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을 읽고 너무 기대에 차올라서
연속적으로 읽었다.
이북리더기로 하는 독서는
눈이 아프지 않고, 휴대성도 좋아서 아무리 두꺼운 책도 몰입해서 단기간에 확 읽어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작할 때 이북이기 때문에 두께를 확인 안하고 냅다 시작했는데
어지간히 읽어도 끝이 안보였다.
다 읽고 나서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13.67’ 보다도 더 긴 소설이었다.
그래서 사실 중간에 좀 힘들어지기도 했다.
‘13.67’은 단편들이 묶인 거니까 오히려
이걸 여기서 더 깊이 안들어가고 이대로 끝내다니 아쉽네 하는 마음이었다면,
‘망내인’은 이걸 이렇게까지 깊이 파다니 하는 생각으로 후반부에 좀 지쳤었다.
둘 중에 더 매력적인, 더 추천하는 소설을 고르라고 한다면 ‘13.67’ 승이다.
그리고 세상이, 기술이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다 보니까
2017년에 나온 소설을 2024년에 읽는 상황이어서
개인정보나 보안에 대한 트릭 장치들이 새롭고 놀랍다기 보다는
그냥 내가 이 소설을 좀 더 빨리 읽었더라면 좋았겠구나,
작가가 컴퓨터과학 전공이더니 잘 써먹었네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이 많았다.
책 말미에 친절하게 궁금한 사람 더 찾아보라고 해준 것도 매력적이다.
처음에 제목이 좀 특이하게 느껴지긴 하는데
IN THE NET 이라는 영문명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밝혔듯이 이 소설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게 보면 인간에 대한 소설이 아닌게 어디있겠냐마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가치관을 정말 긴 분량을 할애해서 보여주는데 집중한 소설이다.
‘아녜’가 사용한 트릭 중에 몇가지는 너무 뻔했지만
그래도 ‘아녜’라는 인물을 참 매력적으로 그려놔서
마치 셜록처럼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중을 상대로 조종하려고 하면 쉽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긴 시간을 들여 전략을 짜야 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정신을 뒤흔드는 것은 쉽죠. 그 사람이 접하는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아녜’의 말이다.
휴대폰 하나로 다 되는 세상에서 손쉽게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통로, 하나의 수단만 이용해서 정보를 접하고 있으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통제가 쉽겠구나,
악의를 가지고 치밀하게 공을 들인다면 나역시 손쉽게 조종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소설을 읽고나서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 만든다는 뉴스가 보이는데
과연 잘될지, 소설로 느껴지는 인물의 매력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악인들의 마음, 악인들의 사정 그들의 방식을 다루는 컨텐츠는 참 자극적이고 이미 너무 넘쳐나니까
섬세하게 선인들의 마음을 좀 보여주는,
자신의 가치관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내는 그런 컨텐츠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여기서부터는 결말 스포
후반부에는 ‘아이’가 몰랐던 현실을 깨달으면서
동생을 돌보지 못한 언니로서 자신의 책임에 괴로워하는데
이 부분은 반감도 좀 들었고,
분량이 너무 길다보니 차라리 이 부분을 좀 덜어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감히 했다.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읽을 때 너무 괴로울 것 같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트릭을 만들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샤오원’을 괴롭게 한 진짜 여론이 주는 괴로움과
‘두쯔위’를 괴롭게 만드는 가짜로 조작된 여론이 주는 근본적 차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결말은 좀 아쉬웠다.
사실 시작부터 충격적으로 동생을 보낸 마당에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과정을 찾아서 들여다보고, 메일을 보낸 이를 찾는다고
뭘 어쩌겠냐하는 물음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예고된 용서였고, 결말이라 볼 수도 있다.
‘두쯔위’는 미성년자니까, ‘스중난’을 통해서
장편 추리소설을 끝까지 읽어낸 독자가 기대하는
단죄의 쾌감을 조금이나마 주는 것도 같았다.
뻔하지 않은 결말만이 만족감을 주는 건 아니니까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도 분명히 있었다.
함께 읽기로 약속한 다른 분야의 책들은 제쳐두고
며칠간 푹 빠져서 ‘찬호께이’ 작가의 세상을 재미나게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