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을 읽었다.

9년 전에 이북리더기 크레마 카르타를 구매할 때 가입했나…
네이버의 유명한 이북카페를 요즘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팔마를 구매할까 페이지를 구매할까 고민했을 때에도 그 카페에 후기가 정말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었기 때문이다.

키워드 알림이 유용한 것 같아서,
팔마랑 밀리를 키워드로 걸어뒀는데 친절한 이용자들이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줘서 좋다.
요즘은 정보를 거저 주기보다는 어떻게든 구독하게 하거나, 유료 결제를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개인들도 적극적으로 지적 재산들을 기획하고 홍보하고 가공하는 시대인데
아직까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좋은 정보들, 소중한 후기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서로 공유하는 다정한 분위기가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그 카페에서 어떤 분이 ‘밀리의 서재’에서 곧 내려갈테니
그 전에 읽으시길 바란다는 글을 올린걸 보았다.
그 글을 보기 전까지는 밀리의 서재에서도 책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줄 몰랐었다.
넷플릭스 같은 거구나.

찬호께이라는 작가 이름을 여러번 들어봤는데
나는 우리나라 작가고, 필명인 줄 알았었는데 너무 무식한 추측이었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주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13.67’
이미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었다.

13.67 책검색 결과

처음에는 정보가 너무 없었고, 그저 재미있다는 추천으로 시작했는데
정말 몰입해서 미친듯이 읽었다.

태블릿 거치대에 팔마를 세워놓고 앉아서 읽다가
읽는 도중에 멈추고 결국 블루투스 리모컨도 구매했다.
한 1, 2시간까지는 그냥 누워서도 보고, 손에 들고 보고 하는데
몰입해서 후루룩 읽다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반부는 하루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점차 팔이 아파와서 ‘내 결국 사게 될 줄 알았지…’ 하며
이북리더기의 짝꿍, 블루투스 리모컨을 구매하게 됐다.

홍콩의 지명, 인명, 홍콩 경찰의 직급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각주가 잘 달려있고 친절한 편이다.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처럼 여섯 편의 단편이
미시적으로 본격추리물로써 각각 완결성이 있지만
여섯 편이 모두 합쳐지니까 한 인물의 인생과 홍콩의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짜임새 있는 사회파 추리소설로 완성되는 묘미가 있다.

이북으로 읽으니 두께도 실감이 안나고 책 표지를 사실 자세히 보지 않았었는데,
정말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분명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작가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 장의 ‘나’가 누구인지를 예측하며 읽다가 그 예상이 빗나갔을 때의 느낌 마저도 즐겁다.

2번이나 방문을 했지만 얕게, 관광으로만 다녀온 홍콩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싱가포르에 살게 되면서, 싱가포르 내셔널 뮤지엄에 다녀오고 나서
영국령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진 곳들에 대해 생각이 더 많아졌다.

특히나 마지막 6장. ‘빌려온 시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합법’적인 수단이 없을때, 끝까지 내몰렸을 때
힘없는 사람들이 가진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폭력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개인의 자발적 희생, 헌신일지 아니면 거대 권력과 이념의 수단으로 이용당한 것 뿐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관전둬의 말 속에서 직업윤리나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미 또한 굉장해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의 사부는 모든 것을 무시하고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완수하려 하지만, 단 하나 사람의 생명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평생 단 한번도 만난 적 없고,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열일곱 살 소녀라도 말이다.

관전둬의 관찰력, 지적 능력이나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저돌성만으로는 이 인물의 매력이 완성되기 어렵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것만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확고한 가치관이 매력의 완성이라 느껴진다.

한때 빠져서 열심히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의미 면에서 좀 더 생각할 거리가 많고 덜 가벼워서 오히려 좋았다.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여섯 편 모두, 그리고 그 여섯 편이 모두 모여서 정말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읽고 나서 ‘북적북적’ 앱에 읽은 책으로 기록하니 두께가 엄청났는데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얼른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망내인’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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