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국제 도서전에서 제목을 보고 빵 터졌던 책,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였다.
김혼비 작가의 책은 <아무튼, 술> 이었나 한번 읽어봤었는데
황선우 작가는 처음 들어봤다.
꾸준이 둘이서 하는 독서모임.
친구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를 10월 모임 책으로 하자고 했을 때 수락했고
시작하려고 보니,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먼저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는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왜 베스트셀러로 흥했을 때 내가 안 읽었을까, 왜 이제야 읽었을까 후회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말 그대로 ‘후루루룩’ 단숨에 읽어버렸다.

<차이에 관한 생각>을 읽으면서 인간 여성은 보노보나 다른 비슷한 종들과는 다르게,
무리 생활이 아니라 남성과 일대일의 관계맺기로 고립된 주거 형태를 가지면서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고 단점들을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김민철 작가 부부와 같은 아파트에서, 여자 둘+고양이 넷이 함께 살고
친한 친구들과 근거리에 살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여주고
말 그대로 ‘함께 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이 책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게 되었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렇게 두 작가에게 빠져들어서 팟캐스트 <여둘톡>도 들어보고,
<멋있으면 다 언니>, <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를 찾아서 읽어보게 됐다.
먼저,
<멋있으면 다 언니> 는 인터뷰 집이라서
좋아하는 사람, 관심이 가는 사람 부분만 빠르게 읽어내렸다.
<퀸즐랜드 자매로드>는 때마침 비슷한 코스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떠올리면서
언젠가 나도 호주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글쓰기로 성공해서 호주 관광청의 초청을 받고 누리는 이들의 여행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여유에서 나오는 낙관적 태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
<힘 빼기의 기술>
그리고
혼자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책은 김하나 작가의 에세이 <힘 빼기의 기술> 이었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고,
재미있어서 아껴 읽게 되었다.

전반부는 일상 에세이, 후반부는 남비 여행기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사람의 태도를, 관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하나 작가님은 나보다 딱 10살이 더 많고, 같은 대학 같은 전공의 선배님이셨는데
꾸준히 글쓰기를 해오고 생각의 힘을 기른 어른이라는 생각에
일면식도 없는데 너무 존경스러운 선배님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매김 했다.
내 관점이 며칠 만에 이렇게나 드라마틱하게 변할 줄 몰랐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내 태도가 달라지니까 관점이 변해간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역시 태도, 행동, 실천이다.
– 힘뺴기의 기술 186쪽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 독서모임의 주인공 책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는 좀더 꼼꼼하게 읽고 열심히 밑줄 그으면서 친구와 독서모임을 했다.

편지 형식을 빌린 구성.
사실 진짜로 내밀하게 둘 만의 편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려웠을 것 같다.
팟캐스트에서 두 작가님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초반에는 글쓰기의 어려움으로 토로하신다.
서로를 웃긴다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일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서로를 웃겨주고 만나서 대화하고 웃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했다.
사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강제적으로 매일 마주하는 ‘반친구’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흘러도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서로 ‘개그 코드’가 맞는,
그야말로 ‘웃기는 사람들’이 남은 것 같다.
정말 좋은 선물이다 웃음은.
이렇게 어떤 마음과 마음을 장난스레 이어붙여 세상이 가끔씩 툭툭 던지는 유쾌한 농담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이왕이면 선하고 어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게 만들어요.
‘이왕이면’의 정신을 기억하자.
‘이왕이면 선하고 어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이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
제가 평소 선우씨에게 본받고 싶었던 점 중 하나가 굉장히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영을 배우고 꽃꽂이를 하고 리코더를 연습하고 좋은 전시나 공연을 꼭 챙겨보는 바지런하고 흔들림 없는 여유였거든요.
정말 바쁘게 일하면서 그 와중에도 알차게 테니스와 수영을 하고
좋은 전시 소식을 전해주며 나를 이끌어주는 내 친구,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는 구절이었고 전해주었다.
바지런하고 흔들림 없는 여유. 멋진 표현이다.
닮고 싶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그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야겠다.
내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이 시기.
때로는 출근에서 해방되어 너무나도 안온하게 느껴지고 행복하다가도,
문득 내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건 아닐까,
이게 맞는 걸까 (누가 채점하는 것도 아닌데… ) 하는 생각에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기도 한다.
최선을 다했으니 잠시 쉬어가는 이 시기를 잘 보내고 다시 에너지를 채워내야지.
김하나, 황선우 작가에게 빠져서 팬의 마음으로 찾아 읽은 책들 덕분에 행복한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