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었다.

에세이에 한참 빠져있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뒤늦게 올려보는 후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검색 결과
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소개 –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안락사’가 나오는데,
읽으면서 산다는게 뭘까,
삶의 마지막을 이렇게 ‘우아하게’ 할 수는 없는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

저자의 에필로그는 물론이고
‘떠날 때를 아는 이별’ 챕터에서 저자의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묘사가 정말 인상 깊었다.

의사를 부를 시간이 됐을 때 우리는 아버지의 침대에 둘러앉아 서로를, 아버지를 꼭 붙들었습니다. 의사는 링거 스탠드 뒤에 섰고 아버지는 우리와 한 사람씩 차례로 눈을 맞추었습니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스스로 주사제의 밸브를 열었습니다.
의사는 아버지가 떠나기까지 30초에서 40초 정도 걸린다고 안내했습니다. 2분이 지났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의사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봐요, 크리스티안, 링거에 엉뚱한 걸 넣진 않았겠죠?”
모두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다음 순간 강렬한 뭔가가 아버지의 눈에 비쳤습니다.
몇 초 뒤 에베르트 타우베의 〈린네아Linnéa〉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아버지 몸에서 모든 근육이 일시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죽음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온화한 얼굴에서 뜻밖의 표정이 엿보였습니다. –

농담처럼 지인들에게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자꾸 부족하다는데 고갈되면 허용될것 같다’고 하는 안락사.

뭐 일부라겠지만, 요양병원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일들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늘 생각한다.
우아하게,
내가 원하는 시점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을 보면서 차분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생을 마칠 수는 없는걸까.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스위스의 실행 기관에 신청한 한국인이 꽤나 많다는 최근의 기사도 생각이 났다.

존엄하게, 아름답게 마칠 수 있다면
시간이 흐른다는게,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이 조금 덜 두렵지 않을까.

계획에 대한 생각

어떻게 하면 삶이 펼쳐지는 데 잘 대응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미래의 계획과 통제와 조직에 덜 신경 쓰고 현재에 더 충실하면 됩니다.

통제하려는 욕구가 너무 강하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는게 내 문제라는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 계획이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착과 그 집착 때문에 이어지는 좌절에 힘들어 하고 있던
내게 정말 운명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구절이었다.

사실 저자의 인생 이력이 너무 극적이어서,
조금은 심드렁하게 읽고 있던 타이밍에 이 구절부터는 완전히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이승에서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점입니다. 나머지는 희망, 두려움, 가정, 소망, 예상, 의도 등입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

스님은 사랑love 대신에 몰혐오non-aversion라는 단어를 즐겨 썼습니다. 몰혐오는 따뜻함이 솟구치는 말은 아니지만 좀 더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저 자신과 타인을 싫어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을 수 있을까요?

정보를 쉽게, 많이 접하면서 더더욱 부정적인 사건, 뉴스들은 크게 다가오고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온갖 싫은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시대의 탓이 아니라 자꾸만 중독적으로 접하고 찾아보는 내 탓이겠지만.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거리낌 없이 보살핀다면 또 어떨까요?

너무 많은 것들이 싫어질 때,
나 자신조차도 싫고 다 던져버리고 싶을때
이 구절을 꼭 기억해야겠다.

얇지 않고 초반에 조금 집중하기 힘들어서 꽤 장시간 붙들고 읽은 책이었지만,
내 인생의 적절한 타이밍에 잘 만났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지쳐있다고 생각할 때,
열심히 살고있지만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 때
꼭 읽어보길 바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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