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 전을 보고 왔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다.
한 8~9년전에 가고 안갔는데 처음이었다.
시청역에서 매우 가깝기에 차를 두고 갔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일찍부터 얼리버드로 구매해둔 전시에 드디어 다녀왔다.

얼리버드로 사둔 입장권

인터파크 앱에서 입장권 큐알코드가 바로 실행되기 때문에 매표소에 들를 필요가 없었고,
미술관 문 앞에서 바로 직원이 지키고 예약 시간이 되어야 들여보내준다.
예약 시간 보다 늦게 온 손님들이 문의하는 걸 들었는데
원래는 30분 지나면 입장 어렵지만, 시위가 있고 해서 늦으신 분들 있어서 들여보내드린다고 시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외관. 시청역에서 10분거리에 있다.

입장에서 곧바로 큐알코드 찍고 팔찌 채워주는 줄에 서도 되지만
백팩에 책과 텀블러를 넣어 갔더니 물품 보관소에 넣고 싶었다.
그래서 지하 1층 물품 보관소에 갔는데 무료라서 감동적이었다.
덕분에 쾌적하게 편히 관람했다.

지하1층 물품보관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천천히 전시를 즐기고 싶다면 필수.
노트인줄 알았던, 꽤나 두툼한 팸플릿을 준다. 벽에 큰 글씨로 쓰여 있는 글들은 그대로 다 적혀있다.

내부에는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아서 쭉 안찍었는데
마지막에는 직원이 보고도 그냥 두길래 마지막 관은 허용되는 것 같아 ‘햇빛 속의 여인’을 소장용으로 몇컷 찍어왔다.

19년 여름에 방문했던 휘트니 미술관에서도 본 작품들이지만 한국어로 해설을 읽고 설명을 보니 또 새로웠다.
그런데 그때 마음에 들었던 작품과 여기서 마음에 들었던 것이 똑같았는지
아이폰 사진첩을 뒤져보니 같은 사진이어서 혼자 웃었다.

얼리버드로 티켓은 미리 샀는데 전시가 오픈된지 꽤 지난 시점이라
블로그 후기들을 꽤 읽어봤는데 ‘습작만 잔뜩 오고 실망스럽다’라는 평들이 많아서 다소 걱정스러웠었다.

결론은,
그래도 보길 잘했다!
삽화가로서 살던 시절, 아내 조세핀을 만나 함께 쓴 장부 등을 ‘우리말로’ 천천히 설명을 보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시 깨달았다. ‘기록의 중요성’

섬세하게 그림을 그려서, 강조점과 함께 얼마에 팔리고 화가 자신은 어느 정도나 수익을 남겼는지까지 기록된 장부가 디지털로 전시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1시간 30여분 짜리 영상도 있는데
자막을 차라리 위에 달아줬음 좋았을걸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찬 공간에서 아래에 위치한 자막이 잘 안보이니까 계속 보기가 힘들어서 한 5분 정도 보다가 나왔다.
언제쯤 영어가 자유로워지려나…
영상에 무슨 내용이 있길래 영상은 19금이라는 안내 표지판도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보기엔 너무 길었다.

전시에서 중간에 영상을 본다면, 내 기준으로는 한 15분 정도까지가 인내해서 볼 수 있는 (다리도 쉴겸) 적절한 시간인 것 같다.
어마어마한 팬이라면 끝까지 다큐멘터리 감상으로 생각해서 다 봤으려나.

마지막은 역시 기념품가게.
그런데 애플페이가 안된다는 안내를 듣고 다시 지하1층에 다녀와야했다.
친구와 나는 둘다 아이폰이었는데 가방을 넣으면서 카드한장 안뺐기 때문에… ;;
삼성페이는 된다고 써있어서 부러웠다.

8천원에 구매한 아크릴 자석. ‘오전7시’

‘철길의 석양’과 ‘오전7시’를 놓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일몰보다는 흰 벽이 주는 밝음, 정돈된 느낌이 더 좋아서 골랐다.
기념자석을 더 늘리면 냉장고를 바꿔야 할 것 같지만… 일단 샀다.

사실 전시를 보기 전에 아래 기사를 먼저 봤고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에드워드 호퍼, 매혹만큼 깊은 여성혐오의 그늘

조세핀은 그래도 ‘가정폭력의 피해자’ 보다는 ‘호퍼의 뮤즈이자 파트너’로 기억되고 싶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본인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남편의 성공을 위해 재능을 발휘한 점에서
사실 세상사람들보다 먼저 알아본 남편의 재능이 꽃피우도록 노력했으니 성공한 인생이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퍼의 인생이력과 세계사를 나란히 쭉 적어둔 연표 벽이 있었는데
조세핀은 호퍼가 죽고 딱 다음해에, 마치 남편을 따라가듯 삶을 마감했다.
휘트니 미술관에 많은 작품을 기증 한것도 조세핀이었다.

인생 말년에 조세핀 혼자만의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달라졌을까,
40대에 결혼했으니 어려서 미숙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꽤 오래 결혼생활을 했으니 두 사람의 관계도 다각도에서 평가해야 하는걸까.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는 호퍼보다는 조세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나오게 됐다.

내돈내산 전시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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