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읽었다.
한참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에쿠니 가오리 등
유행했던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열심히 읽던 시절이 있었다.
첫작품을 읽었을 때 강력하게 매력을 느끼고 찾아 읽기 시작하면
동일한 작가의 작품은 어쩐지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남는 것이 없구나’ 하는 허탈감이 들어서
언제부턴가 일본 작가의 소설들을 피하게 됐다.
아무튼, 그때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도 읽었었고
지금은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고 가물가물 해졌다.

책 제목대로
전반부는 ‘나오미 이야기’로 후반부는 ‘가나코 이야기’인 깔끔한 목차로 시작한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그냥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라’는 추천에 읽기 시작했는데
꽤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적어보자면 정말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대단해서 푹 빠져서 단시간에 읽어버리게 되는 소설이었다.
멀쩡하게 자기 삶을 잘 살고 있는 나오미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가나코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다소 몰입을 방해하기는 한다.
그리고 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친구 남편과 꼭 닮은 외모의
중국인 불법 체류자 ‘린류키’를 발견하고 사용하는 트릭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요소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동안 읽었던 다른 일본 작가들의 사회소설, 추리소설들하고는 오히려 차별화되면서
날카로운 현실 반영의 소설이 아니라
만화속 주인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전반부의 나오미의 삶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그 부분만 뛰어넘으면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소설이었다.
두 주인공이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일을 저지르고 나서부터가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더 끔찍하지만 현실의 범죄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 그런 것인지
이 허점많은 범죄의 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이 두 주인공은 잡히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읽느라 빠져들게 된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카메라는 상식 아니야? 왜 토막내서 조금씩 처리하지 않고 저렇게 눈에 띄는 개고생을 하는 거야?’하는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
벌 받아 마땅하지만 너무 순진해서 조금은 안쓰러운 두 범죄자를
응원하는 마음까지 가지면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된다.
역시나 ‘남는 것이 없다’라는 허탈감은 안겨주지만
소설의 재미는 꼭 교훈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니까 그 흡입력에 감탄하면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여기서부터는 결말을 미리 알고 싶지 않다면,
책을 재미있게 푹 빠져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고 싶다면 패스하시길.
…
비장미가 없는 ‘델마와 루이스’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서 표현한 대로다.
다만 옮긴이는 그 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듯했지만
난 아니었다.
난 이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경찰과 대치하고 총을 맞는다거나 죽거나 했다면 너무너무 뻔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체포되어 죗값을 치루게 된다는 그런 결말도 시시했을 것 같다.
이미 현실감은 나오미의 동기, 사용한 트릭에서부터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에
‘결말이 다소 비현실적인거 아니야?’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괜찮다고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애타는 마음으로 후반부를 읽은 것이 궁금함도 있지만 사실은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었구나를 생각하면서 책장을 덮게 된다.
작가도 마지막까지 결말을 고민했다고 하던데
잘 끝맺었다고 생각한다.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