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결석하고 4월에 참석한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5월의 책이다.
부끄럽게도 온갖 이유로 크게 기여하지는 못하고
‘머릿수만 채우는 회원’으로 어느덧 10년차다.
항상 좋은책들, 좋은 변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야를 가지게 해주는 모임이다.
‘아무튼’시리즈가 참 좋다는 추천사와 함께 5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됐다.
요즘 애용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에 마침 서비스 중인 책이라 금방 읽었다.
제목을 보고서는 ‘메모의 힘’, ‘아무튼 메모를 많이 하라’는 내용의 책이려니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감동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에세이다.

<어른의 어휘력>에 이어서 곧바로 읽은 책이었는데
두 작가 모두 평생을 글을 읽고, 모으고, 쓰는 일을 해온 분들이라 그런지
글이 참 따뜻하고 섬세했다.
이런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껴 읽게 되었다.
밑줄 그은 문장들
나는 ‘인간을 위로하고 기쁨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일에 기쁨을 느꼈다. 그 일을 할 때 보람을 느꼈다.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넌 내게 딱 걸렸어!” 기뻐하는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고 앙심 품는 일도 그만뒀다. 남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도 그만뒀다. 삶이 간결해져서 좋았다. 그 대신 앞으론 뭘 할까만 생각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스스로 멈추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를 붙잡아서 곁에 두기 때문이다.
나는 재미, 이해관계, 돈이 독재적인 힘을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아무렇게나 채우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아서, 좋은 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서, 외롭기 싫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힘과 생각을 키우는 최초의 공간, 작은 세계, 메모장을 가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되고 싶은 사람
나부터 나를 깔보지 않는 사람.
세상이 비합리적인 것을 알아도 이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새로운 것이 좋은 면을 먼저 알아볼 수 있는 사람.
현재를 살면서도 미래를 사는 방법
‘나중에 하자’는 없다. 지금 당장 해야 한다.
한번 읽은 뒤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말이 있다. 보르헤스의 말이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나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이 말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평생 하는 일일 것이다.
꿈이란
기쁘게 이 세상의 일부분이 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꿈은 ‘아니면 말고’의 세계가 아니다. 꼭 해야 할 일의 세계다.
우리 시대는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로 관심이 많은지 의심스러워요. 가십이 아니라면요. 누군가 뭘 일관되게 실천한다면 충분히 진지하게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존중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뭔가 하려는 사람에게는 큰 격려가 돼요.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들은 “나도 한번 안 먹어볼까?”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에요.
네루다의 시구가 떠오른다. “내 사랑이 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지금 내 마음이 이 시구와 같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기후 위기 예보’를 듣게 된다면, 그때는 네루다의 시구를 같이 떠올려달라. “내 사랑이 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작가들과 소설을 찾아 읽고 싶어졌고,
무엇보다 ‘라디오’에 관심이 생기게 됐다.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배속 플레이를 해가며
듣고 싶은 내용만 듣고 싶은 때에 듣다보니
‘의외의 영역’, ‘의외의 생각들’을 만날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물론 해로운 정보, 정서적 건강을 해치는 소식들을 차단해버리기도 하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다른 소중한 것들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 거의 2시간은 차에서 보내는데, 라디오를 들어볼까 생각했다.
작가는 슬픈 세상에서 기쁨을 주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나는 요즘 슬픈 세상이 아니라 ‘화가 난’ 세상을 살고 있다.
슬픔을 느낄 틈도 없이 자주 화가 나고 타인의 변화가능성과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냉소적인 순간들이 훨씬 많다.
그러던 중에 이런 보물같은 에세이를 만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분량도 부담없고 여기저기에 널리 추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