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2019, 창비)
친구랑 둘이 하는 독서모임 책이었다. 둘다 일에 찌들어 각자의 일터 생활을 나누고 위로해주는 사이니까 핫하다는 이 장편소설집을 읽어보자고 했고 바로 결정.
알랭드보통의 책에서 제목을 따왔다는데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 일단 끌리게 한다.
아래는 각 단편들에 대한 짧은 생각들.
<잘 살겠습니다.>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든 감정들에 대한 묘사. 결혼 직전 상황에서 인간관계를 성찰하게 되는 사람들.
<일의 기쁨과 슬픔>
제목을 잘 뽑았다.
판교 하이퍼리얼리즘?
궁금하게 만들면서 흡입력 있게 결말까지 달려간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단편집 수록작 중 유일하게 남성 서술자.
찌질한 남성 주인공의 내면을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했지? ‘씨발년’이라고 욕하는 부분이 절정이다. ‘송지유’라는 여자를 전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결말이 주는 통쾌함.
<다소 낮음>
‘장우’라는 인물의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걸까?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던 주인공의 선택. 삶에 있어 몇 안되는 기회, 타이밍을 놓치는 인물을 보여주는 걸까.
<도움의 손길>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142ㅉ
일잘하는 아주머니+한결같은 사람은 힘든 일일까.
주인공은 크게 잘못한게 없는 것 같은데 왜 이 뱀같은 아주머니에게 당하는 느낌인걸까.
남는 건 결국 사람에 대한 회의. 인생사의 고단함?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정말 짧다.
주인공이 귀엽게 느껴진다. 딱 적당하게 끝난 느낌이 든다. 만약 뒷장이 더 나온다면 이 주인공이 회사에서 기대와 다르게 곤란한 일을 겪을 것만 같아서,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드는 단편.
<새벽의 방문자들>
공포 소설을 읽는 느낌. 이 작가는 공포 소설을 써도 잘 쓰겠구나.
주인공은 결국 이사를 나가긴 하지만 직접 옆동에 찾아가 볼 만큼 용감하다.
나라면? 나라면 이미 무서워서 집을 비워둘 것 같다.
N번방 사건 이후 그 숫자에 놀라 정말이지 ‘한남’ 혐오에 걸릴 것 같은데 이 소설을 읽으니 심화된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 ‘정’마저도 컴플렉스 덩어리이며 성매매남으로 마주하게 되는 입장, 점점 ‘더티’한 기분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직업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극한 상황이다.
<탐페레 공항>
바로 앞에 실린 새벽의 방문자들과 같은 작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온도가 달라진 느낌.
히이즈슬리핑에서 왜 내가 울컥하지.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 때문에 미뤄뒀던 인연들이 순식간에 훅 떠오른다.
그립다.
<해설. 센스의 혁명-인아영>
이 사회에서 을이자 약자인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특유의 생존감각으로 시스템을 체화하고 탄력적으로 구부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이 개인들은 시스템 안에서 노동자로서의 위치를 정확하게 자각하고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예민한 센스를 발휘할 줄 안다. 이 센스는 타협이라기보다 응전이다. 삭막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쉽사리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 개인이 시스템을 버텨내게 하는 근력이다. … 지금 한국문학에 새롭게 요구되고 갱신되고 있는 것은 감수성이 아니라 센스의 혁명인 것이다. 231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