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엄기호(2020, 따비)
처음 이 책을 알게 된건 구독하는 주간기 <시사인>의 신간 소개란이었다.
저자 중 한 분인 엄기호 작가의 전작인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와 ‘노오력의 배신’을 흥미롭게 읽었고 강연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던 중 참여하고 있는 독서교육연구회지역모임에서 이 책을 선정했고, 친구와 둘이하는 독서모임에서도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말을 꺼내봤는데 친구가 기분좋게 수락해주었다.
그리하여 선정된 7월의 책.

두 저자의 대담을 기반으로 엮은 책이라서 읽기에 편안했다.
엄기호 작가에 대한 기대감에 시작한 책이었는데 의외로 인상적인 문구,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들은 김성우 작가의 말이 많았다. 영어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유명하시다는데 교육자의 입장이라 그런지 고민하는 부분들이 더 와닿게 느껴졌다.
‘리터러시를 문제 삼는 사람들의 리터러시를 문제 삼아야 한다’ … ‘이것이 리터러시다’라고 정의하는 것, 사회학적으로보면 그게 바로 권력이거든요. … 그렇게 리터러시를 정의한 다음에, 그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문해력이 있는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로 낙인찍는 것, 그것이야말로 권력이죠. – 엄. 37ㅉ
문해와 비문해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은 철저히 비과학적입니다. 문해력이 좋다, 떨어진다로 생각하기보다는 문해력에 스펙트럼이 있고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보는 게 적절하죠. 누구도 모든 맥락에 통하는 완벽한 문해력을 갖고 있진 못하거든요. … 리터러시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런 식의 구분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서도 적절치 않은 거죠. 자기 성찰이 없는 거예요. –김. 57ㅉ
책 초반에 문해력, 리터러시에 대한 개념부터 짚어보는데 발췌한 위의 두 부분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어느 용어를 쓰든 … 내가 그동안 문제삼으면서 ‘통하지 않는 문제’를 ‘상대방의 문제’로만 일축한 것은 얼마나 권력을 가진 자의 오만함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목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제에 해당하는 ‘리터러시’로 제목을 시작했다면 아마 이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책도 상품이니 기획이 중요하다.
… 내려다보는 게 아니고, 상대방으로 가는 리터러시라는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능력을 가진 사람은 다리를 놓아야 하는, 철학이나 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을 구축할 수 있는 윤리적인 책무가 생기는 거예요. 더 노력하고 더 이해하려고 애써야하는 입장이 되는 겁니다. 지금 이런 책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줄을 세우는 방식으로 리터러시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김. 66ㅉ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으로서, 아이들 앞에 서는 사람으로서 과연 나는 ‘윤리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왜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독해력이 낮아만 가는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날로 짧아져서 더더욱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야만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개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분야에서 쓰이는 말들에 대한 실질적 문맹 상태에 놓인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뭐하러 책을 읽어요”에 대한 대답이 나온다. (163쪽).
먼저 이 말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서, 지식을 소화하고 내재화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인지적이고 정서적인 발효의 시간,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무엇이든 궁금한 것은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기억하려는 노력과 직접 책을 통해 무언가를 읽고 배우려는 노력이 부족한 세상에서 꼭 기억해야할 내용인 것 같다.
아이들의 저 질문에도 당황하지말고 침착하게 대답해주어야지.
종이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읽었다. 나 혼자만 즐겁고 나 혼자만의 읽기에서 멈추지 말아야지 하면서, ‘윤리적 책무’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