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단편 소설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신형철 평론가의 책들도 모두 찾아서 읽을만큼 좋아했다.
정말 여러 군데에서 2025년 최고의 소설로 추천하는 글을 많이 봤었는데
이제서야, 드디어
2026년 4월에서야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었다.

고전을 읽는 것, 논픽션을 읽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동시대 한국문학을 읽는 기쁨과 슬픔이라고 글제목을 붙여보았다.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이 책 말미에 실려 있는데 해설도 정말 좋고 강추한다.
‘돈과 이웃’ 을 주제로 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말처럼 ‘모두가 기업가적인 사고를 하는 이 시대’를 다시 생각해 본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된 ‘존재론적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내는 과정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 그 중 특히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책에서도 ‘존재론적 단계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예리한 재현 역량은 ‘경제적 인간’의 내면을 탐사하는 표현 역량의 빛나는 지원을 받는다.
좋은 이웃
시우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묻는, 아직 남아있는 아이의 순수함.
가장 경계해야하는 감정일 수도 있는 ‘도덕적 우월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러 모로 찔리게끔, 마음을 따끔거리게 하는 정도가
수록된 작품들 중에 으뜸이었다.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기본욕구, 생존 욕구 할 때 그런 작은 것으로요. 그런데 그곳에 생존이란 말을 붙여도 될까, 그런 건 좀 염치없지 않나 자책하다가도, 자본주의사회에서 모두에게 떳떳한 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문합니다.
레몬케이크
수록작 중에 가장 좋았다.
감성적인 상태에서, 깊은 밤에 읽어서 그런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며칠 간 생각했다.
등장인물이 허덕거리는 순간들이 공감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집에 공간이 좁았을까, 엄마가 너무 바빠서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1박 하지 않은 걸까 하는 여러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들 자신은 이 감정을 평생 느낄 거라는 점도. ‘나만 겪는 일은 아닐 텐데. 누군가는 진작 감내해온 일일 텐데.
안녕이라 그랬어
표제작.
고맥락 사회라는데, 그리고 ‘고급 한국어’ 구사라는데 –
언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한국어 환경에서는 나의 장점, 매력에 ‘말’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여전히 영어 실력은 제자리 걸음이다보니, 그것을 잃어버린 상태, 약화된 상태로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늘 아쉽다는 생각, 집중하느라 시간대비 더 피곤하다는 생각들을 했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오히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 사람들끼리, 언어 장벽 앞에서 담백하게, 감정의 정수만 남기고 소통하는 순간들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빗방울처럼
이 작품이 마지막에 실려있어서 다행스러웠다.
독자들이 조금 덜 힘들게끔 배려한걸까.
<오베라는 남자>가 생각나기도 했고, 그래도 다 잃은 것 같다가도 ‘나 자신’이 있다는 깨달음으로 생각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연달아서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 ‘쥬디할머니’를 읽었는데 역시 강추한다.
발표 연도가 단편 마지막마다 실려있는데,
‘이 시대에 이 생각을 하셨다고???’하는 놀라움이 가득하다.
일과 관련된 텍스트로만 생각하다가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으니 또 감상이 달라지는 작품들이 있었다.
이렇게 고전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아껴 읽었다.
한국현대소설을 좀 더 읽어야겠다. 더 애정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