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도 은행에 가는 일이 떨리다니.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니까 긴장되고 위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무사히 UOB 계좌를 오픈하고 데빗카드를 만든 후기를 적어본다.
그동안 작년 초에 비대면으로 만든 Trust 뱅크카드로 잘 지내왔고, 큰 불편함은 없었는데
큐알코드를 읽어서 결제하는 곳에서 메이저 은행만 취급하는지
트러스트뱅크 계좌로는 불폄함이 느껴졌다.
호커센터도 자주 안가고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대표적으로 콘도 미니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어서
콘도 후문으로 나가서 애플페이가 사용 가능한 세븐일레븐을 다녀온 후로
그냥 메이저 은행 계좌를 오픈하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남편과 똑같이 UOB에서 크리스플라이어 마일리지가 쌓이는 데빗 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제일 먼저 은행 사이트에서 방문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러면 어포인트 넘버가 나오니까 그걸 캡쳐해서 가지고 가면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한국도 비슷하겠지만 11시에 오픈하는 브랜치라서 살짝 일찍 도착했더니
싱가포르 노인분들이 어림잡아 20명은 긴 줄을 서고 계셨다.
절대 한국 은행처럼 그냥 방문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 전에 원하는 브랜치에 방문 일시를 예약하면
은행 측에서 전화가 와서 필수 서류들을 안내해준다는데
내 경우에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남편의 경우를 참고해서 알아서 챙겨간 서류 4종류는 아래와 같다.
1. 여권
2. 디피 비자카드
3. 콘도 렌트 계약서
4. 남편의 월급명세서
한국에서는 나도 직장생활을 하는 어엿한 독립적인 개인인데
싱가폴에서는 디피 비자소유자로 살아가는… 남편에게 딸린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이
은행 서류를 챙기면서 와닿았다.
한국에서도 본인 명의의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들은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거겠지.
은행으로부터 확인 전화가 오지 않았기에 약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방문을 했다.
예약번호를 보여주고 예약하고 왔는데 긴줄 서야하니를 물었더니,
역시나 그 질문이 첫번째였다.
“너 전화 받았니, 서류 잘 가져왔니”를 묻기에
나는 너네가 전화 안했고, 서류는 다 가져왔다고 하니
서류부터 받아들고 백오피스에 가져가서 체크해줬다.
니 서류 완벽하다고, 잠깐 기다리면 직원이 너에게 올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긴장감을 내려놓고 이북을 보며 좀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그 잠깐이 거의 30분…
중간에 미안하다고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해줬는데
더 디테일한 부분은 잘 못 알아듣고
그냥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11시 예약이었는데
거의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은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와서
박스로 된 안쪽 공간으로 안내해줬다.

이 공간에서 서류를 다시 확인하고
개인정보 (이메일, 싱전화번호) 확인하고
크리스플라이어 멤버십 번호까지 확인해서 넣고
비번도 설정하고 이래저래 1시간 가까이 있었다.
은행 앱도 깔고 그 자리에서 직원이 척척 안내해줬고,
디파짓으로 1000불을 캐시로 들고 갔는데
마지막에 카드를 들고 ATM에 가서 직원이 바로 입금처리 해줬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이렇게 상세하게 안내해준건지,
원래 은행에 직접 가면 이정도로 직원이 다 알려주는건지 모르겠지만
친절해서 좋았다.
아, 그리고 오늘도 중국어 공부나 더 할까를 또 생각했다.
은행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중국인 할머니가 중국어로 말을 걸었고,
나는 오늘도
“팅부동, 워쓰한궈른 (못 알아들어요, 저는 한국인입니다)” 만 대답했다.
중국어 공부도 손 놓은지 오래라서 거의 까먹었는데… 이 표현만은 잊을 수가 없다.
할머니들은 여기나 저기나 낯선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거는 것 같다.
오랜 세월 외국어 사용 국가에 가서 살면, 외국어 당연히 잘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 편견을 스스로 깨며 반성하고 산다.
영어를 더 잘 알아듣고 싶다.
말도 어린애 같이 하는것 같아서 스트레스긴 하지만,
싱가폴 사람들의 약간의 빠르고 약간은 중국어 같이 들리는 이 영어를 정말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위축된다.
남편과 나의 영어실력이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래도 역시 밥벌이가 달린 문제라 그런지, 직장생활을 영어로 하고 있는 남편은
싱가폴 사람들이 건네는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 알아들어서 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무사히 계좌오픈하고, 데빗카드를 받아나오자
오전 11시 예약이었는데, 12시 30분이었다.
싱가포르 은행에 방문하려면 꼭 시간 여유를 많이 두고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다.

무사히 은행에 다녀온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