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에 이어서 싱가포르에서 한국영화 보기.
모든 것이 비싼 싱가포르지만 서울도 못지 않아서 주말에 영화를 보는 비용은 비슷하다.
배우 이동욱의 팬이라서 계속 <하얼빈>을 촬영하고 있다고 유튜브에서 언급할 때마다 궁금하기도 했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결말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영화에서 표현했을까 생각하며 기다렸다.
<사랑의 불시착> 을 안봐서 그런지 현빈 배우의 엄청난 팬은 아니지만
각종 홍보기사를 보면서 기대감도 커졌었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과 같은 시기에 개봉을 했는데
예전에 <파묘>나 <범죄도시>를 봤을 때 처럼 상영관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대형 포스터도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보고 나오니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스포가 될 수가 있나 싶지만… 영화적 상상력 부분이 있으니까) 를 포함한 감상평이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밑바탕에 깔고 편견 가득한 감상을 하고 나왔다.
첫째로, 배우들의 연기는 만족스러웠다.
좋아하는 배우 이동욱은 본인이 언급한 것보다 훨씬 분량도 많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그의 대사를 통해서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의미로는 너무나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조우진, 박정민의 연기는 정말 감탄할만 했다.
그리고 현빈은 배역이 주는 중압감을 잘 이겨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하얼빈 역에서 거사 후에 외치는 목소리는 정말 호소력 있었고 관객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최근, 혼외자를 본인 자식으로 인정은 하지만 정말 새로운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주장을 해서 이미지가 확 바뀌어 버린 그 배우는 특별출연으로 나오는데
<서울의 봄>에서의 그 이미지 그대로였으면 모를까
그냥 길다… 개봉전에 이미지가 이렇게 되었는데 좀 편집해서 장면을 더 짧게 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참고 보았다.
특히 바로 전날에 <오징어게임 시즌2>를 보고 극장에 간 거였어서
속으로 ‘제발 러시안룰렛 좀 그만!!!‘을 외치던 찰나에 상황이 끝나서 다행스러웠다.
둘째로, 사운드가 좋았다.
영화에 쓰인 음악이나 배우들의 발성이 괜찮았다.
연기 못하는 배우들은 발음도 별로인 경우가 많은데 아니어서 그랬으려나.
싱가포르 영화관에서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깔리는 상황에서 보았는데도
대사 전달력에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다.
인상깊은 대사들이 이토 히로부미 역할 배우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데
빠른 영어 자막으로 읽어내느라 좀 애쓰긴 했지만
이미 너무 유명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이어서 별 무리가 없었다.
세번째로, 자연 배경을 아주 잘 사용했다.
눈 덮인 산에서의 전투 장면이나, 마음까지 춥게 만드는 타국의 도시들, 무엇보다 얼어붙은 강 위에서 배우가 웅크리고 독백하는 장면이 인상깊다.
몽골에 가서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정말 추운 환경에서 찍었다는 걸 알고 봤는데,
홍보 기사나 영상을 통해 접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컴퓨터그래픽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보는 사람들도 춥다고 느낄 수 있게끔, 인물들이 처했던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한층 더 체험해 볼 수 있게끔 영화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카메라로 찍었다고 홍보하는 것도 보았는데 이건 아이맥스 관에서 본 게 아니고 화질에 둔감한 막눈이라 그런지 차이를 잘 모르겠다.
네번째로, 스토리 라인도 괜찮았다.
사실 큰 줄거리는,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를 모두가 아는 내용인데도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안중근 의사가 얼마나 고결한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하면서 감독의 의도대로 계속 집중하게 한다.
지금과 그때의 나이가 갖는 느낌이 아무리 다르다지만,
31살에 운명하셨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이런 결단력와 의지를 가지고 희생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일본어가 아닌 우리말과 글을 쓰고 이 분들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살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오락영화가 아니어서
편안하게 웃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잔뜩 받게 만드는 2024년 연말의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기가막힌 타이밍에 개봉했다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불을 들고 함께 어둠을 걸어가야 한다.”
“카레아 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