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싱가포르의 월드컵축구예선전을 보고 왔다.

지난달이었나, 싱가포르에서 경기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표가 오픈하는 날 샀다.
1인에 33싱달로 싱가포르의 물가를 생각했을 때 그렇게 비싼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한국에서도 케이리그를 챙겨보고 그럴만큼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냥 월드컵축구대표팀의 경기니까, 손흥민 선수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가보기로 했다.

24년 6월 6일 현충일에 하는 경기.
싱가포르는 휴일이 아니었고 여기 시각으로는 저녁 8시에 경기가 시작이었다.

내셔널 스타디움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지난번 국회의원 투표일 이후 처음으로 모든 한국인들이 모인 느낌이 들었다.
가족 단위로 붉은 악마 티셔츠, 손흥민 유니폼 등 붉은 색으로 입은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반가웠다.

스타디움 역에 내리면 모를 수가 없게끔 직원이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내셔널 스타디움에 입장 할 때
이것저것 안된다고 하는 규정이 한국인들 커뮤니티에서 돌았는데
사이트에 직접 가서 영어로 된 원문을 확인해보니 그렇게까지 빡빡하지는 않았다.

3단우산은 가능했고,
가방도 사이즈 초과되는 백팩이었는데 의자 아래 보관한다고 하니까 그러라고 했다.
영어학원이 끝나고 곧장 가서 에이포 사이즈의 교재를 소지하고 있어서 가방이 좀 걱정됐었는데 다 기우였다.

고프로 봉이 안될것 같아서 고프로만 들고 갔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셀카봉에 폰 꽂아들고 입장하는 경우가 있어서 좀 황당했다.
생각보다 너그러운 것 같다.

가방 검사는 육안으로 대강하는 것 같고
한명한명 세워놓고 금속탐지기(맞겠지?)로 스캔하는건 정성을 들여서 하는 것 같았다.
여자는 여자 직원이 한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서 드디어 입장.
입장할 때도 굳이굳이 종이에 표를 프린트해 올 필요가 없고
스캔 기계에 바코드만 스캔할 수 있으면 된다.
애플 지갑 앱에 넣은 상태로 폰만 들고 갔고 무사통과였다.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은 언제 지었는지 모르겠는데
시설이 꽤 훌륭했다.
낮에 비가 내려서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전혀 비 맞을 구조가 아니었다.

싱가포르한인회에서 응원도구를 나눠줘서 기분 좋게 입장했다.

사람들이 붉은악마 머리띠도 정말 많이 하고 이었는데 그건 내가 못봤다.
맥주는 12싱달 이어서 참고 딱 2잔만 사마셨다.

자리는 145섹션이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워서 선수들이 잘보였다.
무엇보다 후반전에 손흥민 선수가 넣은 두골을 포함해 다섯골이나 터졌는데
후반전 싱가포르 골대를 잘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애국가가 나올때는 괜히 찡했다.
전광판에 번호랑 이름만 나오는 선수들. 홈팀하고 차이가 많이 났다.

7:0 대승.

너무너무 멋있었던 손흥민 선수

손흥민 선수는 정말 실력도 태도도 슈퍼스타였다.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해주고, 시그니처 포즈 날려주고
경기 종료 후에도 인터뷰를 꽤나 오래했지만
한바퀴 돌면서 관중들에게 다 인사해주었다.

옆자리도 뒷자리도 다 외국인들이었는데, 누가봐도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온 거였다.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응원을 할 때 머라고 외치는거냐고 하길래 가르쳐줬다.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리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찡했다.
역시 외국에 살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맞나보다.

티비 중계방송으로 경기를 볼 때보다 디테일한 모습은 좀 놓칠 수 있지만
현장감이라는게 참 신나고 즐겁게 느껴졌다.
선수들이 응원석 쪽을 향해 손도 흔들어주고 인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제스처를 취해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그걸 잘하는 선수들이 오래오래 사랑 받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내려오니
지하철역에 진입하는 줄이 엄청나게 길었고 직원들이 동선을 통제하고 잘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는데
경찰차도 엄청 많이 오고 장총을 든 군인인지, 경찰인지도 많이 서있었다.
많은 사람이 모였고 모두 해산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근무하는 것 같았다.

7:0이라 나중에는 싱가포르 팬들이 좀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는데도
싱가포르 응원팀은 북 치고 춤추면서 신나게 걸어가고 있었다.

집에오니 시간이 늦어서 고단했지만
행복했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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