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이 종료된 드라마니까 결말까지의 줄거리 얘기도 편안하게 쓰는 후기.

엠비씨에서 김남주, 차은우 주연의 드라마를 시작한다고 해서
‘아 연기는 김남주 씨가 원톱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겠구나, 내용은 모르겠어도 일단 차은우도 나오는데 봐야지.’ 생각했다.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을 보다가 차은우한테 빠져서 아스트로 무대 영상도 찾아보고,
한동안 열심히 챙겨 ‘봤었다’
그러다가 드라마는 꼭 시작하면 하차하고, 끝까지 보기가 좀 힘들었었다.
남 연애하는 드라마에 큰 흥미가 없고, 일단 고등학교가 배경이면 보기가 힘들어서 안좋아하니까.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초반에 차은우의 분량이 너무 적고,
등장을 해도 거의 화보수준으로 대사도 많이 없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 때문에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도 없고 무사히(?) 연출자의 의도대로
극에 몰입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첫방은 한국을 떠나오기 전날이었나 그래서
짐을 다 정리하고 본가에서 자던 날, 엄마랑 함께 거실 티브이로 본 기억이 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울면 함께 울어버리는,
눈물이 부쩍 헤퍼진 터라 눈물을 흘리지 않고 보기가 참 힘들었다.
편하게 깔깔 거리고 볼 수 없는 내용이구나,
내내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바로바로 업로드 해줘서 싱가포르에 와서도 계속 볼 수 있었다.
중간에 사실 하차했다가,
엄마랑 통화하던 중 다시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더이상 없을 것 같은 인생을 사는 주인공 은수현(김남주)의 삶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내리는게 가슴이 아팠다.
대학교수이자, 성공한 작가(큰 상을 받는다)이자, 멋져보이는 남편과 집,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어렵게 얻은 아이까지 다 가졌는데
한 순간에 다 무너진다.
어떤 아이라고 덜 소중할까 싶지만,
어렵게 가진 아이인데 그 아이가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죽고
가해자의 태도도 저렇게 나온다면 … 충분히 차로 받아버리고 감옥에 가는 그 행동이 납득이 갔다.
물론 김남주 씨의 연기도 정말 흠잡을데 없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은수현의 삶을 무너뜨리는 여러가지 것들 중에서
아끼는 동생과 남편의 외도가 가장 충격적이다.
마지막 엔딩도 그래서 남편과 함께 다정하게 보내는 장면으로 끝낼 수 없었던 것 같다.
동생 역할로 임세미 씨가 캐스팅되어서 먼가 있겠구나 생각하긴 했었다.
그리고 난 호칭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언니라고, 엄마라고 부르는 사이인데
왜 형부는 형부라고 안부르고 수호씨라고 부를까 그 점이 너무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예상한대로 척척 흘러간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외도를 저질렀고, 그게 단 한번 사실상 이혼 상태였을 때라면 그냥 묻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게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동생이라면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드라마는 딱 그렇게 흘러갔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맞춰서 즐겁고 뿌듯하기 보다는,
‘아… 이렇게 될거 같은데 너무하네 그런데 진짜 이렇게 됐네’ 하는 생각이 계속 들게 한다.
반전이 뛰어난 스릴러 드라마를 즐긴다면 이 드라마는 반전이라는게 없고 너무나 예상가능하게 흘러간다.
마지막 회에서도
남편은 치매에 걸린 장모님께 가서 다정한 사위로,
은수현은 아끼던 동생과 화해의 투샷으로 나눠서 엔딩장면이 나와서 좀 안심이 됐다.
외도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가족으로, 부부로, 형부와 처제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뭔가 해결이 되는 듯 싶고, 이해할 수 없던 건우아빠(김강우)의 행동들도 모두 연막작전이었다는게 밝혀졌어도
다시 은수현과 부부로 잘 살수는 없겠지 싶었다.
사실 아끼던 동생과의 화해도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워낙 긴세월을 동생으로 여겼으니까 가족으로 품어주는 걸까.
한번 깨어진 마음을 다시 붙이는 건 처음에 만나서 새로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차은우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내용이 너무 어둡고 힘들어서 끝까지는 커녕 시작을 안했을 것 같은 내용이긴 하다.
드라마 제목이 원더풀 월드인데 속시원한 해결의 내용, 인과응보의 내용은 너무 짧게 나와서 내내 괴로웠다.
‘다음주가 마지막회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고?’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본게 기억이 난다.
오늘 읽어본 작가의 인터뷰https://v.daum.net/v/20240417140624594 에서도
마음에 집중했다고 나와있다.
복수의 시원함보다는 지극한 고통 속에서도 다시 회복하는 인물의 마음에 집중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안쓰고 넘기려고 했던 드라마 감상 후기를 남겨본다.
참신하고 즐거운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김남주 씨의 연기력으로 잘 표현된 은수현이라는 인물의 마음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