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집가의 초대’ 이건희 기증 1주년 기념 전시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인터넷 예매가 다 매진된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발빠르게 예매하고,
심지어 아침 일찍 가서 현장발권해서 본다는 사실에 놀랐다.
새벽에 인터파크에 들어가면 종종 취소표가 풀린다는 정보를 접하고
잠이 안 올때마다 들어가서 눌러봤다.
온통 회색 글씨라 실망만 더했는데
어느날 딱 붉은색이었나 다른 색이 보였고 정신없이 결제까지 진행했다.
결국은 수요일 저녁 8시. 가장 마지막 시간에 딱 2장의 취소표가 떴고 통합권으로 예매를 완료했다.

오후 4시 반쯤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고, 티켓을 받은 후
8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둘러보았다.
방학기간이어서 그런지 자녀들을 데리고 하루종일 박물관에 머무르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가족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
1년에 한번 정도는 국중박을 가게 되는 것 같은데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많아서
박물관에 활기가 넘쳐나는 느낌이었다.
별생각없이 ‘아즈테카 –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도 보게 되었는데 (통합권이니까)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둘러보아서 그런가
엄청난 인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통합권이라고 따로 티켓을 더 받는건 아니었고
아즈테카 입장하면서 이건희전 티켓을 보여주면 뒷면에 날짜 도장을 찍어주신다.



잔인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질서, 규율이 잘 잡힌 사회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스페인의 침략으로 망해버렸고 침략자들이 기록물을 다 없애버려서 많이 왜곡된 모습으로 전해졌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호수 위에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한 과학기술과 노하우들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인신공양이야 정말 요즘의 인권의식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만
그들의 신화와 믿음을 들어보면 신의 희생, 인간의 희생이 받쳐줘야 지속되는 세계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시 초반에 인골 2구가 있다는 경고 문구가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으스스한 느낌은 들었지만 괜찮았다.
자세히 안 읽어봤다면 그냥 해골모형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블로그 포스팅을 생각해서 사진을 좀 유물 위주로 찍었어야 했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남겨오지 못했다.
두 전시 모두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도 더 많고 더 북적북적 했던 것 같다.
사유의 방과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정말 강추하는 곳이다.
이렇게 잘 해놓고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디지털 실감 영상관만 둘러봐도 편하게 푹신한 쇼파에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어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강추한다.
아래 링크도 남겨둔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content/digital_realistic

어느 수집가의 초대 –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기다리던 8시가 되었고 기획 전시관으로 이동해서 굿즈샵을 둘러보며 기다렸다.
국중박의 원래 굿즈샵과는 다르게 전시 앞에 작게 마련된 굿즈샵도 보는 재미가 있다.
이게 뭐지 싶었던 것들은 전시품의 축소 모형이었고,
특히 자개 소반 모양 무선 충전기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사올 걸 그랬나.

개인 이어폰만 준비하면 무료로 앱을 깔고 양희은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어폰을 준비해가지 않아서 그냥 안내판에 의존해서 둘러보았다.
사람은 너무 많고 안내판 글씨는 너무 작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글씨를 더 키워서 크게 배치해줬으면 좋겠다.
가기 전에 전시 티켓을 못 구할 줄 알고 책으로라도 읽어볼까 하고 읽었던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

대표 작가들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히 접하고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독립적으로 미술관을 지어 모아둘 거라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아니었나,
예술품은 비싼 값에 팔려 꼭꼭 숨겨져 있는 것보다
역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져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대했던, 그리고 실망시키지 않았던 전시였다.
4시반부터 거의 9시까지 주차했는데 주차요금도 딱 4000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말 … 입장료 받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나 싶을만큼 좋은 공간이다.
다른 전시 소식이 들리면 또 들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