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

바쁘고 힘들 때에는 소설에 손이 가게 된다.
<밀리의 서재>에서 베스트 목록을 넘겨보다가 읽게 됐다.

읽기 편안한 문장들, 궁금해서 계속 읽게 하는 힘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불편한 편의점 책검색 결과

‘편의’를 제공하는 곳인데 왜 ‘불편한’ 편의점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도 잘 어울린다.

주인공 ‘독고’를 비롯해서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 사연이 궁금해지고,
어떻게 변화해나갈까를 기대하면서 읽게 된다.
편의점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선
제이에스, 진상 아저씨 하나 말고는 다들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딱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소설이라서 더 의미가 있었다.
키득키득 웃다가도,
’그래 이런 사람 주위에 한명쯤 있지’ 하며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밑줄 그은 문장들

“엄마. 엄마는 왜 나를 못 믿어요? 아들이 정말 그럴 사람이야?”
“역사 교사로 정년을 보낸 내가 한마디 하자면, 국가고 사람이고 다 지난 일을 가지고 평가받는 거란다. 네가 그동안 한 짓들을 떠올려봐라. 너는 너 자신을 믿을 수 있니?”

편의점 사장님을 역사 교사로 정년퇴임한 인물로 설정한 것은
바로 이 문장을 위해서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딱 써먹고 싶은 말이었다.

시간은 그 차이를 알려주었다. 스타트라인부터 앞선 놈들은 해가 거듭할수록 여유가 생겼고 능력과 돈을 축적할 수 있었다. 반면 이제 경만은 탄약이 고갈되어 곧 맨몸으로 돌진해야 하는 참호 속 병사가 된 심정이었다. 아무리 벌어도 써야 할 돈은 늘어만 가는 반면 자신의 체력은 갈수록 깎여나가는 게 느껴졌다. 유일한 장점이던 성실함과 친절함의 바탕은 체력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며 딸리는 체력은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능력과 비굴함으로 변화시켰다. 체력은 정신력조차 지배하게 되어 멘탈이 털리는 날이 늘어났고, 곧 대표와 동료들의 무시로 돌아왔다.

<미생>에도 유명한 말이 나온다.
체력부터 기르라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의 중요성이 실감되고,
아무리 발달해가는 기기나 기술의 도움을 받더라도 ‘몸’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술을 좋아해서 이 소설에서 자꾸 술을 옥수수수염차로 대체하려는 말들이 나올 때마다
웃게 됐다.
술도 즐기고 삶도 즐기려면 체력을 더더욱 관리해야겠다.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소설 속에 작가가 등장하면, 또 그 사람이 등장인물을 소재로 글쓰기 작업을 시작했다면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혹시 작가의 실화인걸까?’

뭐 어디까지나 ‘사실에 바탕한 허구’라는 소설 개념처럼 모티프는 있겠지만
작가를, 실존하는 인물을 상상하면서 소설을 읽는 일은 늘 즐거운 경험이다.

머리가 무거울 때,
나와의 관련성이 자꾸 떨어지는 일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로 머리가 꽉 찬 느낌이 들 때,
푹 빠져서 읽을거리가 필요할 때
추천하는 소설이다.

김호연 작가의 다른 소설도 찾아봐야겠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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