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정신없이 지나가버렸고, 어느덧 4월도 열흘이나 가버린 시점이다.
항상 가을, 겨울에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봄에는 좀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게을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남기는 독서기록이 됐다.
룰루 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게 됐다.
작가의 논픽션 데뷔작이라는데 정말 이렇게 흡입력 있게 쓸 수 있을까 감탄했다.
나의 경우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분께서 추천하셔서
4월 모임에 가기 전에 조금씩 읽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됐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니까 이 아래부터는 모두 ‘김 빠지게 만드는 정보’들이 될 수 있다.
초반부에는 ‘그래서 이 책은 장르가 뭐야?’, ‘뭘 말하고 싶은거니, 전기인거니 자전적 회고록인거니’ 하는 마음으로 좀 삐딱하게 읽었다.
그러다가 점점 더 흡입력 있게 이 사람에 대해 검색해볼까 하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이 빠져읽게 된다.

책의 서두에는 어마어마한 추천사들이 실려 있는데
<진리의 발견>의 저자 마리아 포포바의 추천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놀랍도록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렌즈 삼아, 사실은 인간이 만든 것일 뿐인데도 자연의 원리로,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여졌던 광범위한 이원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틀을 바탕으로 저자는 명상과 회고록을 오가며 내밀한 개인적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의 아버지, 그리고 그가 저자에게 가르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방법에 바치는 비가이자, 자신의 마음을 따라 세상을 항해하며 택한 위험한 우회에 대한 결산, 그리고 그 항해에서 얘기치 못하게 도달한 항구에 바치는 사랑의 편지.
표지나 띠지에 있었다면 먼저 봤을 수도 있을 텐데
아닌 경우에는 책을 다 읽고 앞으로 돌아와서 추천사를 보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읽었고, 그래서 더 궁금한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추천사들을 천천히 보니까 무슨 얘기인지, 어떤 부분 때문인지를 생각하며 끄덕일 수 있다.
아래는 하이라이트 한 문장들이다.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이 세계에서 확실한 단 하나이며, 우리 모두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과학자인 나의 아버지는 일찍이 내게 열역학 제2법칙’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가르쳤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할 뿐,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말이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한때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앞으로는 뭐에 방점을 두고 살아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친한 친구들조차 너가 덜 바빠서 한가한 고민을 하는 거라고 존중하지 않는 대답들을 돌려줬고 사실 좀 괴로운 마음이 드는 원인이기도 했다.
작가의 아버지는 너무 어린 나이의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해준건 아닐까.
서두에는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던 작가의 아버지였다.
… 절제에 관한 에세이에서도 그것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왜 그토록 약에 반대했을까? 그건 약이 사람을 실제보다 더 강력하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혹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약이 ‘신경계가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보다 몸이 차가울 때도 따뜻하게 느끼도록 하고, 아무 근거 없이 기분 좋아지게 하며, 인격 수양의 핵심을 차지하는 제한과 자제에서 해방되었다고 느끼게 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은 자기 발전에 대한 저주라는 것이다. 자신을 정체시키고 자기 발달을 저해하고 도덕적으로 미숙하게 만드는 길이자 멍청이가 되는 지름길이다.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는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긍정적 착각 지수가 높게 나올 법한 이들 중 많은 수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특이한 기벽 하나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자기 손으로 혼돈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캐리 벅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이후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우리가 도달한 가장 높은 발전 단계에서도, 만약 당신이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정부는 당신을 집에서 끌어내 당신의 배를 칼로 긋고 당신의 혈통을 끊어버릴 권리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루이 아가시가 젊은 데이비드의 정신에 관념의 씨앗 하나를 심어놓는 순간에 다다랐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따.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사다리는 없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 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이 나라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 간주하는 그 사고방식, 우리가 초등학생에게 나치, 다른 사람들, 나쁜 놈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가르치는 바로 그 악행, 그것을 세계 최초로 국가 정책으로 삼은 나라가 바로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