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날.
10년이 지나도 설렘과 떨림으로 늘 잠을 못자고 출근하는 날.
올해의 제자들을 처음 만나고 집에 왔다.
올해는 10년 연속으로 하던 담임에서 벗어나서,
업무 부서에 배치됐다.
업무와 담임이 구별되지 않은 중학교나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사람이 모두 다 감당해낸다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근무해 온 3개 고등학교들은 모두 학년부와 업무부서가 잘 분리되어 있었다.
선배교사분들께 신규 시절부터,
교사의 꽃은 담임, 그 중에서도 고3 담임은 교직의 꽃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교직의 꽃 고3담임을 너무 오래 해와서일까,
아니면 쉬지 않고 연속으로 해서일까,
코로나 때문일까,
정시 비중이 확대되어서일까.
아무튼 작년 2021학년도는 몸과 마음이 모두 다 지쳐버린 힘든 해였다.
아무리 너그럽게 평가해보려 해도,
정말 미안하지만 작년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기존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에게 주었던 사랑의 반도 주지 못한 것 같다.
말라버린 우물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드디어 올해는 희망하는 대로 비담임으로 배치됐다.
나를 아는 주위의 분들도 모두 축하(?)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2022학년도.
개학식날의 일정도 늦게 알게 되고,
일단 날아오는 메시지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1교시 담임시간, 4,5교시도 담임시간(창체)도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격주로 부담임과 담임의 창체시수를 맞춰준다 하지만
개학 첫날 긴장감 속에서 아이들과 3시간을 함께 보내며
온갖 학급 운영과 관련된 내용들을 정해 나가는 일은 참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다.
물론 본교무실은 여러가지 일들로 정신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협의하느라 소란스러웠고
(수능특강을 단 한문제도 풀 틈이 없었다)
내 업무도 3월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것들이라 고심하며
연수자료와 전체 안내 메시지를 작문하느라 애를 쓰며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담임교사들의 노고에 비하면 정말 괜찮은 하루였다.
3월 2일을 이렇게도 보낼 수 있구나.
정시퇴근하고 집에 와서 뭔가 글을 쓸 생각을 하다니. 체력이 남아있다니.
담임수당은 올해도 13만원이겠지.
정말 말도 안되는 수당체계다.
이미 코로나로 여러가지 일들이 새로 생겨나고 정신이 없는 가운데
이번 개학에는 자가진단키트 소분과 배부, 자가검사교육까지 더해져서 오늘 담임교사들은 더욱 힘드셨을 것 같다.
학급당 학생수도 30명 가까이 되던데 한 사람의 인간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지우는 일이라 생각된다.
도대체 언제쯤 베테랑 담임교사가 되는걸까.
일단 연속 10년을 해도 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수업은 고3 수업이니 여전히 수능특강을 풀고 있고, 진학과 아주 멀어지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학부모총회와 학생상담, 학부모상담을 생각하지 않고
3월 첫주를 보내자니 정말 마음이 허전하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다.
업무적인 책임감은 물론 있지만
그래도 나로 인해 한 아이의 진학 결정이 잘못 될까,
학부모 상담을 하고 나서 온 가족을 좌절감에 빠뜨리거나 분노하게 하지는 않을까,
24시간 상관없이 울려대는 담임폰을 어떻게 대처해야 서로 간에 윈윈일까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일을 해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