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를 읽고 만족했었는데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고 추천도 받아서 읽게 됐다.

신기하게도 이 책과 함께 9월 독서모임 책으로 ‘진리의 발견’을 읽고 있었는데
‘앞으로 올 사랑’에서 인용되고 통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연결된 느낌을 받아 두 책 모두 더 신나게 읽게 됐다.
두께도 더 얇고 우리나라 작가가 써서 그런지 더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던 것은 ‘앞으로 올 사랑’ 이었다.
‘진리의 발견’을 포스팅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짧게 써보자면 작가의 해박함과 연결짓는 힘에 감탄하며,
그리고 영어 공부를 좀 더 해서 구글링을 영어로 좀 해야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다.
다시 ‘앞으로 올 사랑’으로 돌아와보자면,
‘데카메론’을 읽지 않았는데 저자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을 시작하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구성을 쭉 따라가면서 구성된 책이다.
당한 일의 상처와 고통이 아무리 깊더라도 크고 좋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은 늘 살아났고 새롭게 인생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것이 사랑의 힘이다. ‘계속 살아라’ 라는 말은 ‘매순간 있는 힘껏 사랑하라’라는 말과 같다. 지금 우리의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뉴노멀 뉴로맨스’, ‘뉴노멀 뉴러브’ 다.
그러나 위험은 늘 현재만을 생각할 때 온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일명 ‘미래인지 감수성’ – ‘내가 이렇게 하면 미래한테 너무 폭력적인 거 아닐까?’라는 질문-이다.
인류는 인간 아닌 것을 생명으로 보지 않다가 점점 특권층이 아닌 사람을 생명이 아닌 것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는 중요한 문제다. 나는 발견되는 기쁨을 말하고 싶다. 자기를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사랑받을 만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음이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건강한 자기애는 감사와 사랑을 보낼 타인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좋지 않게 행동하면 슬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과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다.
바빌로프와 동료들이 식량을 맡았다면 나는 무엇을 맡으면 좋을까? 나에게도 나만의 노력, 나만의 어제가 있다면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변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내일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나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을 것이다. 나만이 낼 수 있는 용기가 있을 것이다. 나만이 질 수 있는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게도 단순하게 나아갈 길이 또렷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보낸 9월은 내가 하는 일에 종사한지 만으로 딱 10년이 된 달이었다.
8월 말에 수시 접수를 앞두고 진학상담이겠거니 하고 만난 한 학부모에게 심각한 교권침해와 인격모독을 당했었다.
그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지난 모든 공교육에서의 경험에 대한 불만을 내게 쏟아붓고, 끝까지 내 말은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붓고 갔다.
아이가 아픈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나오기 싫어하는 온갖 문제점들이 다 내탓이었고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교사자질도 없고 고작 25명의 아이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인간이었다.
10번 연속으로 담임을 맡아 일하고 있는 2021년이다.
새벽에 술에 취해 전화해서 쌍욕을 퍼붓던 학부모도,
한숨을 내쉬며 부부 문제를 내게 상담하고 싶어했던 학부모도 이제 다 2순위로 밀려났다.
지난 10년간 겪었던 최악의 학부모, 아니 최악의 인간상을 새로 쓴 2021년 8월이었다.
심각하게 일을 그만둘까를 생각했고
내 안에 간직해오던 인간에 대한 애정, 담임으로서 아이들을 지지하는 어떤 고운 마음이 쩍 하고 깨져버린 것 같다.
왜 월에 13만원 수당을 받는 담임이라는 이유로 이런 인간의 말을 내가 한 시간 동안 공손하고 예의있는 자세로 들어줘야 하는것인지 도무지 담임이란 존재는 왜 있어야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학교현장에서 느끼는 모든 불합리한 것들만 더 크게 눈에 들어오고 불만투성이가 됐다.
정말이지 출근하는 길부터 학교에 있는 시간들이 괴롭고 싫었다.
응원해주고 싶은 이쁜 아이들도,
감사의 마음으로 예의있게 연락을 주고 받는 다수의 학부모님들도
단 한명의 제정신 아닌 사람이 내게 가한 테러 앞에서 모두 힘을 잃고
아무 의미없는 흑백화면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애정어린 시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과
‘미래인지 감수성’을 지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내 상처가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올해 학년도는 잘 끝내고 생각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사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혜윤 작가의 새 책이 나오면 또 찾아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