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신간을 둘러보다가 발견해서 읽게 됐다.
JTBC에서하고 넷플릭스에도 매주 올라오는 <방구석1열> 이라는 영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마음에 드는 멘트를 쏙쏙 골라서 해주는 ‘변영주’ 감독님의 강연이라 읽게 됐다.
두께도 얇고 글씨도 크다.
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고, 책으로 엮은 것이었다.
붙잡고 1시간 정도(?)만 집중해서 읽으면 끝나는 가벼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평소 오락으로만 영화를 생각했던 사람에게,
변영주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학을 왜 읽어야하는지 영화를 왜 봐야하는지 ‘쓸모’를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특별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존중받아야 할 유일한 이유는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만큼 뻔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자꾸 자기의 상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의 상처는 절대로 특별하거나 다른 상처보다 우위에 있지 않아요.
직전에 <완전한 행복>을 읽고 그날밤에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르시시스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염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읽다가 멈추게 됐다.
역시 바로 다음에 이어서 작가가 영화 <화차>를 만들게 된 이유도 설명된다.


편의점 주인의 입장으로 예를 들었는데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상대, 권력을 쥔 사람은 뒤에 숨겨지고
결국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게 되고 미워하게 만들도록
흘러가는 상황이 많다고 생각하던 차에 많이 공감됐다.
찾아보니 2018년 9월에 책이 나왔는데
코로나19 이후로 더더욱 격차는 벌어지고, 갈등은 심해지지 않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약한 것들과의 연대란 어떤 대상에 대해 잘 모를 때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여성적인 것은 세상 모든 약한 것들과의 연대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배운 제 삶의 지표였어요. 이건 내가 모르는 거야, 겪어본 적이 없는 거야, 그러면 굳이 친해지려고 하기보다 더 어려워하면 돼요. 모르는 사람과 친해질 수 없잖아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때는 말이야…’ 이렇게 시작하는 순간 꼰대가 된다고들 한다.
모르는 부분은 기꺼이 모른다고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어렵게 대하면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실수할 확률이 많이 줄어든다.
대뜸 친해져야한다고 느끼고,
내가 아는 부분이니까 한마디 거들어야 할 것만 같은 유혹을 잘 이겨내야겠다.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꼰대’가 되는거겠지.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
내가 청소년일 때 왜 이런 강연, 이런 책을 만나지 못했을까.
만나지 못한게 아니라 그때도 있었을텐데 원천차단하고 귀막고 수능공부만 했을까.

참고로 변영주 감독님은 1966년생이시다.
훗날 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30대의 나보다 지금이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오늘 읽은 것들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고 믿는다.
물론 읽기에만 그치지 말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살아야겠지만.
팬이라면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인터뷰 영상을 보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글들을 읽어도 좋고 접근성이 말도 못하게 높아진 시대지만
이렇게 정돈된 말을 통해서, 종이에 활자로 기록된 글로 접하니 좋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 영화를 꼭 찾아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