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라면
아직도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떠오르는 옛날 사람인 나지만…
최근 전공자로서 자격 이슈가 터진 인물이 진행했던 최근의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은
그 화제성 때문에 주위에서 많이 언급되고, 서로 추천하기도 한다.
이 책도 그 중에 하나였다.
‘총균쇠’ 도 그렇고 ‘경제는 지리’도 그렇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가 관심갖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만날 기회에 감사하며 이제서야 뒤늦게 ‘지리란 참 중요하구나’를 깨달은 지리무식자인 나였다.
부끄럽지만 세계지도를 놓고 주요 국가를 찾으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내가 다녀온 나라들만 겨우 찾을듯.
막연하게 ‘지리란 참 중요하구나’ 수준을 넘어서 더 알고 싶었기에
독서 모임을 함께하는 친구에게 내가 1월의 책으로 추천을 했고,
추천해놓고 너무 재미가 없어서 미완독 상태로 만날까봐 두려워서 부랴부랴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인접한 국가들
그리고 최근에 뉴스에서 접한 소식들이 그나마 있는 지역들(브라질에서의 중국 영향력 등)은 그래도 흥미롭게 읽었다.
다소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역은,
챕터 첫장에 있는 지도를 자꾸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눈으로는 읽었지만 머릿속에 기억이 잘 남지 않아서 읽는데 좀 힘들었다.
책을 고작 한 번 완독했다고
그 내용들이 머릿속에 많이 남길 바라는 것부터가 욕심일테니까
후반부에는 거의 욕심 내려놓고 쭉쭉 읽었다.
전자책으로 읽으니 지겨울 때마다 이책 저책 읽으며 겨우 완독했다.
공산당 간부들과 인민들 간에 체결된 계약은 현세대에게는 유효하다. “우리가 당신들을 잘살게 해줄 테니 당신들도 우리를 따르라.” 경제가 꾸준히 발전하는 한 이 계약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발전이 멈추거나 상황이 역전될 경우 이 계약은 종료된다. 부패와 무능에 반발해 현재에도 종종 일어나는 시위와 분노의 수위는 당과 인민 간의 계약이 깨졌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가늠케 하는 표본이다. 50ㅉ
중국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리고 북경과 서안을 방문했을 때
‘저 수많은 인민들은 왜 저런 상황에서 참고 있을까, 어떻게 이게 돼?’를 많이 생각했는데
중국 부분을 읽으며 우리나라 다음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많은 유럽 정부들은 정책을 입안할 때 자국 내 무슬림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124ㅉ
우리나라도 점점 더 많은 다문화 가정 인구, 조선족 인구를 고려한 정책들이 나올 수 밖에 없겠지.
지리적 상황이 해당 국가의 선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국가적 행동의 이유가 되는지를 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책 곳곳에서 인구가 곧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가 곧 힘의 척도고 명분이 된다.
비록 어떤 말이 공격적이라 해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할 권리를 옹호했던 볼테르의 주장은 유럽에서 당연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싶은 말을 한 많은 이들이 모독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고 있는데도 논의의 방향이 바뀌어 가고 있다. 124ㅉ … 예전에는 단호하게 볼테르 편에 섰을 자유주의자들에게도 이제는 상대주의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25ㅉ
‘문화상대주의’라는 멋있어보이는 개념 때문에
전혀 상대방에게 상대주의적인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현실이 ‘그림자’라는 말로 표현됐다.
저자는 전문가답게, 선을 넘지 않으면서 맥을 잘 짚어준다.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이 겨울용 난방 연료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열거나 닫는 권한은 크렘린에 있다. … 정치적 무기로써 에너지는 시간을 벌게 해주며, 러시아 민족이라는 개념은 향후 러시아가 저지르는 그 어떠한 행동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154ㅉ
러시아는 믿는 구석이 참 많은 복받은 국가였다.
미국도 파키스탄을 진정한 동맹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미국은 특공대가 빈 라덴을 사살하러 들어온 사실을 파키스탄 정부에 미리 얘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파키스탄 군과 정부에게는 치욕스런 주권 유린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즉각 언쟁이 벌어졌다. 미국은 말했다.
“만약 당신들이 빈 라덴이 숨어 있던 것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며, 혹시 알고 있었다면 공범이다.” 345ㅉ
‘몰랐다면 무능, 알았다면 부도덕한 것’
이 말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관리자들을 욕할때 주로 썼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영화 <제로다크서티>도 생각났다.
그리고 이 지역에 관심이 거의 없었는데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방글라데시까지.
알아갈 수록 영국이라는 나라가 참 싫어지지만, 세계사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졌다.
지리적 정보(단순한 위치나 특산물, 관광지 정보 등)도 부족하지만 근대사적인 지식도 너무 부족함을 느꼈다.
모든 주권 문제는 동일한 욕망과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들은 군대와 상업적 운항을 안전하게 확보하고픈 욕망과 자기가 잃어버린 곳을 남들이 차지할지 모르는 데에 따른 두려움일 것이다. 최근까지도 풍부한 자원의 보고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북극 지방의 얼음이 녹자 그 이론은 실현 가능한 것이 되었고 일부에선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375ㅉ
‘북극’하면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서 동물들이 곤란해지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질병만 생각했지
바닷길을 둘러싼 경제적 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쇄빙선도 우리나라가 1척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게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몰랐는데 러시아의 발빠른 대처능력에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 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383ㅉ
2020년 코로나19로 국경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배우기도 했지만
또 질병에 대처하면서 국가의 힘, 리더의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지리의 힘’은 국가가 처한 상황 그리고 갈등과 선택의 근본적인 원인이 지리에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국제 사회에서 나, 우리나라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2016년에 발간한 책이니 또 현재 달라진 모습이 꽤 있겠지.
근대 세계사를 다룬 책을 찾아 읽으면서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의 칼럼들을 계속 찾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