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극장에서 본 ‘삼진그룹영어토익반’에서 이솜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대표작이라는 ‘소공녀’를 찾아보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넷플릭스에 있어서 간편하게 봤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이솜, 안재홍 그리고 친구들로 나오는 최덕문, 김재화 배우도 얼굴이 반갑다.
주인공 미소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한잔의 위스키와 담배로 하루의 고단함을 날려버리고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현실 앞에 하루하루 지출 내역을 적어나가다가,
결국 집을 포기하게 된다.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방’이었지만 그래도 나오고 나면 그 집이 얼마나 안락한 환경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현실에 내 가족이라면, 내 친구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역시 영화니까…이해하는 마음으로 참고 영화속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보게 된다.
‘한 인간의 집을 정리했는데 짐이 정말 저게 다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미소의 몸집만한 짐, 단출하게 정리한 짐을 끌고 미소는 집을 나선다.
짐 정리를 하며 나왔던 사진 속 모습에서 보여주듯이 과거에 행복하게 웃으며 밴드활동을 했던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주인공 미소는 비현실적인 환상 속 캐릭터같다면,
미소가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은 지극히 현실 속에 있을법한 캐릭터였다.
가장 매정한 친구는 타인과 함께 잘 수 없다며 거절한 친구.
대기업에 다니지만 너무 피곤해서 스스로 포도당 주사를 놓으며 휴식시간을 보내던 친구였다.
가장 첫번째로 미소가 찾아간 걸 보면 가깝다고 느낀 사람일텐데 저렇게 단박에 거절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허무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보면 볼수록
차라리 처음 그 친구처럼 단칼에 거절해서 사는 모습을 알 수 없게 하는 것이 서로 마음 아픈 일을 만들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다들 밖에서 만나면 각자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프고 기괴해보이기까지 하니까.
미소는 염치를 아는 캐릭터라서, 친구집에 갈 때 절대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고 빈둥거리지 않고 청소, 반찬만들기 등등 집안일을 말끔하게 해놓는 사람이다.
남자친구와의 연애도 천진하게, 지금 이렇게 너랑 노는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게으름피우지 않고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만 미소의 선택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미소의 남자친구처럼 장기적으로 멀리보고 선택해야만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걸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아둥바둥 더 돈을 모으고 ‘노오력’을 더 했어야 하는걸까.
순식간에 휘발돼버릴 행복인 위스키와 담배를 포기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생존이 위협받아야 하는걸까.
미소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아닌 어른이니까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뿐일까.
미소가 과연 길 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성 노숙자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관련 기사를 읽은 기억이 떠올라서 영화가 적당한 타이밍에 끝나줘서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미소가 어딘가에서 웃으면서 씩씩하게 가사도우미일을 하며 ‘집’이 아니어도 ‘방’ 한 칸이라도 구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며 티브이를 끄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