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구소녀’를 봤다.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봤을까, 이주영 배우를 소개하는 글에서 봤을까.
‘야구하는 여자라고?’ 여자 프로팀이 없는데? 하는 의아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졌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나들이를 스스로 끊어버린 후로 놓친 영화였다.
그러던 중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kbs 1tv에서 금요일 밤에 좋은 영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보게 됐다.

KBS 1TV 독립영화관
금요일 밤 (정확히는 토요일 새벽이 된다) 12시 10분~
http://program.kbs.co.kr/1tv/enter/indiefilm/pc/index.html

독립영화지만 캐스팅이 화려한 편이다.
주연배우인 이주영, 코치역할로 나오는 비숲 동재역할의 이준혁, 염혜란, 곽동연 그리고 비숲 이창준역할의 유재명까지.
좋은 리뷰를 쓰려면 준비된 자세로 작품을 감상해야하고 한번으로는 부족하며, 메모해가며 기록을 남기며 봐야 한다는데…
나는 늘 눈물 찔찔, 음료수 홀짝으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로 적어둔 것이 없다.
역시나 감상에 그치는 리뷰.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주수인과 엄마의 대화들이었다.
말썽쟁이지만 딸을 응원해준다는 면에서 많은 것들이 용서되는 철 없는 이상주의 아빠와 그덕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지극한 현실주의 노선을 택한 엄마(염혜란 배우님)는 여러모로 대조된다.
엄마와 수인이의 대화에서 수인이가 엄마를 설득하려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모르잖아, 잘하는거면 어떡해
이 말을 하는데 울컥하는 느낌이 들면서 확 몰입이 됐다.
나도 모르는 내 미래를, 이렇다 저렇다 하는 예측으로 가두려는 사람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꿈을 밀고 나가는 수인이가 정말 멋있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도 휘둘리기 쉬운데, 나를 잘 아는 가장 가까운 어른들인 감독, 초반부의 코치, 엄마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수인이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어릴 때의 꿈들 중에서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하면서 하나씩 스스로 지워나간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 같다. 크든 작든.
세상 만사를 ‘확률적으로’ 예측하고 선택해 나간다면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재미없고 의미없는 일일까.
수인이를 응원하며, 영화니까 제발 행복한 결말로 끝나라고 빌면서 보게 됐다.
야구, 여성 여러가지 키워드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꿈’에 대한 영화였다.
‘벌새’ 이후로 독립영화를 한참 안봤는데 앞으로 매주 금요일 kbs 1tv ‘독립영화관’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