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23일 수요일부터 시작됐다.
고3 담임을 하면서 늘 이 기간에 긴장감있게 보내고, 정신없이 보내고 얼른 이 기간만 지나가고 고요한 수능준비의 시기가 오기를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올해의 아이들도 처음의 예상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했다.
전국의 모든 일반대(보편적인 4년제 대학)들이 모두 통일해서 해주면 좋으련만 기간 내에 3일 정도로 느슨하게 정해져 있고 그래서 제각각 이기에 시간을 착각할까봐, 날짜를 놓칠까봐 수험생과 교사들은 노심초사하며 보내는 한주다.
원서 접수 마감일시보다 자소서 마감일시와 추천서 마감일시는 대략 하루 정도 뒤로 해주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꼭 대학의 선호도, 인지도 혹은 순위 혹은 서열(?) 순은 아니겠지만
오늘 상위권 대학들의 원서접수가 마감되는 날이라 지원하는 아이들의 예민함이 정말 극에 달했다.
우리반의 주인공은 K대.
일반고 학생들에게 인색하다는 평을 들어온 Y대(올해부턴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연?)와는 다르게 학추(학교장추천)전형을 비롯해 상위권 아이들에게 인기 대폭발인 K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서울대보다도 빠르게 오늘 자소서를 마감시켰다.
며칠 전부터 넋이 나간 사람들처럼 눈이 벌겋게 되어 자기소개서 쓰기에 시간을 ‘올인’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오늘이 정말 피크데이였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국어교사, 나아가 한동안 고3만 담당해 온 국어교사로서 학생부 종합전형에 ‘서류’에 해당하는 자기소개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추천서는 내년부터 모두 폐지된다는데,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받는게 과연 맞는걸까.
차라리 추천서는 철저하게 비공개니까 모두 다 제출하도록 해야하는것 아닐까. 최소한의 필터장치로 기능할텐데.
오늘도 2편의 추천서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작문하는 시간을 보냈지만 내년에 추천서는 사라지고 자소서는 남는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하다.
조금만 검색해봐도 나온다.
자기소개서 피드백, 첨삭, **대**과선배와함께하는자소서 등등
학생부 종합전형이 ‘깜깜이’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에서 5개학기를 꾸준하게 성실하게 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몇년 간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지역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아이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컨설팅-자소서첨삭-면접지도 코스를 밟고 있다.
혼자서 끙끙 거리며 자기소개서를 쓰고,
수십명을 책임지는 담임교사의 짬나는대로 불러서 해주는 지도에만 의존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니까 xx만원에 뚝딱 만들어지는 자소서 광고들을 보며 화가 났다.
자소서를 학생이 직접 작성하지 않거나,
100% 타인이 써주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다듬어주고 첨삭해주는’ 그 수준이 과해질 때 과연 공정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학생에게 교과세특을 다 적어주고, 담임이라서 창체 자동봉진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특기사항) 을 다 적어주고, 자소서 지도해주고 나니 더이상 작문할 여력도 소재도 남아있지 않고 고갈된 느낌도 들었다.
추천서를 제일 마지막에 쓰니 이미 쥐어짤 만큼 쥐어짠 마른 수건을 짜내는 느낌이 들었다.
수업하는 사람인줄 알고 시작한 일인데 가끔은 내가 작문기계, 작문자판기가 된 듯한 느낌도 든다. 24시간 민원콜센터보다는 낫다고 해야할까.
시작은 자소서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끄적대다 보니 또 푸념으로 흘렀다.
무사히 한주가 끝난 것에 감사하며 남은 월,화에도 수시 접수가, 자기소개서 지도가 부디 매끄럽고 원활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