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올해는 2020년. 짝수년생이라서 어김없이 건강검진 안내 우편물이 왔다.
건강검진은 공가에 해당한다지만 수업 4개를 다 교체하고, 조종례를 부담임샘께 부탁드리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방학에 받고 있다. 2년전에는 1월에 건강검진을 받고 왔는데 올해는 1월에 정신이 없었고, 2월도 새 학교에 출근하며 적응하느라 그랬는지 결국 겨울방학을 놓쳤다. 그래서 며칠 되지도 않는 여름방학 중 하루를 이용하게 되었다.

나이 먹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여러가지 일 중에 건강검진이 있다.
늘어가는 검사 수와 심해지는 건강염려증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데, 특히 건강검진을 예약해놓고 전후로 심해지는 것 같다.
처음 병원에서 진료 받던 중 혹시 ‘임신가능성 있으세요? 약처방에 필요해서요’라는 의사의 말에 흠칫 했었는데 어느덧 이 말도 익숙해졌고 나이를 먹고 있나보다.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을 하고 새벽같이 일어났다. 방학인데 5시반에 일어나다니. 정말 드문일이다. 공항에 비행기타러 갈 때 제외하고는 어지간해서는 방학에는 오전 내내 자는 사람인데 건강검진센터에서 온 문자에 6시부터 가능하니 되도록 일찍 오라는 안내에 서둘렀다. 사람이 밀리면 검사 하나당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갈수록 기운이 빠지니까 차라리 빨리 갔다가 빨리 오자는 생각에 눈이 떠진 것 같다.

강북삼성병원건진센터는 2호선 시청역 근처에 있다.
평소라면 지하철을 타고 갔을텐데 처음으로, 코로나19를 핑계로 택시를 타고 갔다.
서울 아침의 날씨는 아주 쾌청했고 나의 긴장감과는 상관없이 택시는 쌩쌩 달려서 일찍감치 도착했다. 출근시간에 혹시 막힐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다.

도착하니 코로나19 때문에 출입시 검사가 엄격했다.
비접촉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고 옷에 방문스티커도 붙여줬다. 비접촉체온계로 다소 미열이 있는 것처럼 나오면 고막체온계까지 동원하고 깐깐했다. 일정 기간 국외출입 사실이 없다는 서약서에 전자서명까지 하고 입장.
수진자 전용 옷을 입고 마스크까지 끼니까 스스로 느끼기에 약간 중환자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화장 안하고 마스크 내릴 일이 거의 없으니 더 편안한 마음도 들었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몸은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로비.

이곳은 정말 깨끗하고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지만, 매번 내가 공장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상품처럼 느껴진다.
팔찌태그-이름과 팔찌번호를 꼼꼼하게 확인-검사.
이 과정을 되풀이하는데 하나의 검사가 끝날때마다 ‘몇 번으로 가세요’하는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돌고 돌아 최종코스인 내시경 접수로 가게되는 컨베이어벨트.

건장해보이는 팔뚝이지만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 슬픈 팔뚝이라 채혈을 할 때마다 애먹는데 이번에는 미리 얘기를 했더니 가느다란 바늘로 통증없이 잘 해주셨다. 다만 가느다란 바늘인 만큼 피를 한 세월 뽑는 느낌이 들었다. 저 검붉은 피가 내몸에 흐르고 있고 저걸로 내 몸상태를 그렇게나 여러모로 알아낼 수 있다는게 매번 신기하다.
채혈은 임상병리사님의 실력에 따라 느끼는 고통이 천차만별이라는걸 느꼈다. 엄청 아프게 여러번 시도해서 고생한 적도 있는데 이번에 만난 분은 참 실력자셨다. 그 분 성함은 못 봤지만 나올때 설문지에 칭찬 메시지도 썼다. 도움이 되었기를.

수면내시경을 예약해서 안내를 듣고 손등에 주사바늘을 꽂은채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손등이 아팠다. 어릴 때부터 고통을 잘 못참고 엄살이 심해서 부모님을 고생시키고 주사를 기피했는데 나이를 먹어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수면내시경을 하는 동안은 휴대폰도 소지하지 못하게 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고 일어났다.
깨어나보니 구역질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플거라며 가글약품을 하나 주셔서 받아왔다. 여기서 3번째 검사를 받으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잠든 동안 아무 일도 없었길 바라며 시키는대로 해야겠다.

검사를 받으면 주는 식사권

건진센터가 시청 ‘만족오향족발’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서, 갈 때마다 나간 김에 오향족발을 먹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전날 금식하고 수면내시경을 하고 나오면 도무지 기운이 없다.
그래서 매번 저 쿠폰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계단 하나만 내려가면 되는 곳이라 허기를 달래고 귀가하는 코스. 죽도 가격이 다양하게 있지만 그냥 8천원짜리 참치야채죽을 먹고 왔다.

참치야채죽

건강검진의 마지막은 항상 죽으로 마무리.
2년에 한번 하는 일인데도 긴장되고 몸에 바늘을 꽂는다는 게 참 싫지만, 죽는 순간까지 떠날 수 없는 내 몸이니까, 하나뿐인 몸이니까 아끼면서 관리해주고 살아야지.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정성을 들여서 최대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곱게 늙어가고 싶다.
건강한 몸에서 나오는 체력이 모든 선택과 활동의 질을 결정하는 것 같다.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운동과 식습관 조절을 신경써야겠다.
건강의 소중함과 관련된 당연한 생각들이지만 건강검진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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