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리우의 도덕경: ‘길을 찾는 책 도덕경’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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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도덕경

<종이동물원>을 읽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종이동물원 독서후기)

엔지니어이자 변호사이면서 SF소설가이자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작가가
<도덕경>을 출간하다니.

출간소식에 곧바로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마침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인 <만권당>에도 들어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지난 달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해서 책대화까지 마쳤다.

독서 후기를 남긴게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기록을 남겨본다.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책검색 결과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책검색 결과

추천

김연수 소설가와 원소윤 코미디언이 써준 추천의 글이 책 서두에 실려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완벽하게 공감되는 말들이었다.

작가가 점점 덜 읽고 덜 쓰고 싶어지면 어떡하나,
나는 그의 소설들을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데.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의 덧붙이는 말들은 줄어들고 도덕경 텍스트의 분량으로만 채워지는데 그마저도 아쉬웠다.

작가 켄 리우의 팬이라면
이 작가는 도덕경에 대해서, 소설 지면이 아닌 곳에서 인생에 대해서 어떤 말들을 남겨두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텍스트란

작가로서 나는 텍스트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권위를 추적하거나 강제하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텍스트란 일단 세상에 공개되고 나면 작가의 손을 떠난 걸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서두에서 작가가 이렇게 밝히면서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변화된 생각들로 인해
이 책을 쓴 것 같다.

벌써 6년 전이라는 게 놀라우면서도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결코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에 실감한다.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버렸고, 깨달아버렸다.

노자 철학이란?

노자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다. 즉 영리하다고 자처하는 사람보다 바보가 더 현명하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애쓰기보다는 그저 진실한 삶을 사는 편이 낫다. 우위를 차지하고자 분투하고 언쟁하고 경쟁하는 일은 결국 역효과를 낸다. 당신을 의심하는 자들을 침묵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그들의 판에 끼지 않는 것이다.

초반에 이렇게 핵심을 정리해주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한참 대한민국에 강신주 열풍이 불었을때 그가 정리한 장자 책을 사보았으나
본격적인 철학서들은 혼자 읽기에 버거웠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인 ‘철학 카페에서 – ‘ 수준의 철학교양서들로 만족해왔다.

켄리우의 도덕경은 그보다 살짝 더 깊은 느낌의, 그런데 분량은 매우 적은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장자를 다룬 부분도 꽤 많기 때문에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특히 ‘노장 사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인상 깊은 구절들

켄 리우의 길을 찾는 책 도덕경 서평 사진 만권당
알라딘 <만권당> 에서 찍어본 인상깊은 페이지

‘상선약수’는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역시 강력했던 인상의 페이지를 한 장 찍어보았다.

사회에 있어서 선이란 친절해지는 것이다.
발언에 있어서 선이란 자기 말에 진실해지는 것이다.
다스림에 있어서 선이란 질서정연해지는 것이다.
일함에 있어서 선이란 유능해지는 것이다.
행위에 있어서 선이란 시의적절해지는 것이다.

‘선’을 두고 제각각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이어져 나오는 이 부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친절함’을 잃지 말자고
나이 들수록 타인에게 친절해지자고,
타인도 나를 참고 버티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는데 와닿았다.

그리고 일에 있어서 선은 유능해지는 것이라는 말도 마음에 쏙 들어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바, 맡은 역할을 잘해내는 것이 바로 선이다.
일로 만난 사이, 일하러 나온 자리에서는 그 본질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중국어의 의미론적 숲에서 인仁과 의義라는 두 단어는 정확히 대응하는 영어 단어가 없는 추상적 나무에 속한다. …
결국 나는 번역어로 ‘자비와 정의로움mercy and justice’을 택했는데, 이는 대체로 내가 법학도로 훈련받았으며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셔가 한 연설, 즉 “정의로움을 따르는 것만으로는 누구도 구원받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자비를 얻고자 기도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한자로 된 텍스트를 영어로 번역했고, 그걸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걸 읽은 독자인 내게
‘인과 의’를 자비와 정의로움으로 표현한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점점 더 쉽게
모두가 기업가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문구를 읽은 것이 생각난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하늘과 땅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니까
늘 자비를 잊지 말아야겠다.
앞서 인용한 부분에서 사회에서의 선으로 ‘친절함’을 얘기하는 부분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

영어 실력은 부족하고 해외에 체류하는 상황에서 이북으로 읽었지만
귀국하면 종이책으로 사두고
인생이란 뭘까, 사는게 뭘까하는 답없는 질문들이 나를 괴롭게 할때
한번씩 펼쳐 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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